與 "애도…명복 빈다" SNS 글 썼다가 급히 수정
尹 "가야 하지 않겠나"→"안 간다" 입장 바꿔
洪 "조문 갈까, 말까?" 청년들에 질문
전문가 "국민 정서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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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가 23일 사망하면서 정치권에선 애도 표현 수위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문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어긋나거나 입장을 번복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온라인상에선 전 씨 조문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권을 유린하고 시민을 학살한 사람의 명목을 왜 빌어야 하냐"는 주장이 나온 반면, "조문은 가는 게 사람 된 도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 '전 대통령', '애도' 등의 표현이 수정됐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삭제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트위터 캡처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 '전 대통령', '애도' 등의 표현이 수정됐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삭제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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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전 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공식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에 애도를 표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고인은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거부하고 떠났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참으로 아쉽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고 썼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시민을 억압한 독재자 죽음을 왜 애도하냐", "광주 시민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사람에게 '전 대통령' 호칭도 쓰지 말아라" 등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명복', '애도' 등의 표현이 삭제되고, '대통령'이라는 표기도 '씨'로 정정된 상태다. 트위터 게시글은 삭제됐다.

그런가 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 전 대통령 조문을 갈까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조문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준비 일정을 좀 봐가지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조문을)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의 부정적 기류를 의식한 듯, 2시간여 만에 "조문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조문을 갈지, 말지에 대한 의견을 시민들에게 묻기도 했다. 홍 의원은 2030세대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의 '홍문청답(준표형 질문에 청년이 답하다)' 코너에 "전 전 대통령은 저의 제2 고향인 합천 옆 동네 분"이라며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조문을 가는 것이 도리라고 보는데 어떻습니까?"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대체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라며 조문을 반대하는 반응이 많았지만, 일부는 "그래도 전직 대통령이다" "좌우를 떠나서 가는 게 맞다"는 주장도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서울 마포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앞 전광판에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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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전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거나 조화를 보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라며 "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는 전 씨에 대한 애도·조문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선에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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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은 사실 전두환씨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광주학살과 관련해 전씨가 적절한 시기에 진정성을 담아 사과를 했다면, 정치권에서도 적당한 선에서 예우했을 것"이라며 "선거를 석 달 앞둔 민감한 시점이기에 결국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행하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문은 개인 자유이나 전씨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문하는 것도 역사 흐름의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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