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생수병 사건' 수사 종결…"인사 불만 품고 피해자 특정해 범행" 결론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경찰이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일어난 이른바 '생수병 사건'을 이 회사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6일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휴대전화와 태블릿 등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비롯해 주변인 수사를 통해서도 공범이 있는 정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18일 해당 회사에선 직원 2명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던 생수병에 든 물을 마셨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1명은 중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이들의 직장 동료였던 30대 강모씨는 사건 발생 이튿날 자택에서 독극물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강씨에게선 피해 직원들의 혈액에서 나온 것과 같은 종류의 독극물이 나왔다. 경찰은 강씨가 지난 9월 범행에 쓴 독극물을 구매한 인터넷 기록을 확보하고 자택에서도 해당 독극물 용기를 발견했다. 다만 현장에서 수거된 생수병에선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건 발생 8시간 이후 수거가 이뤄지면서 해당 생수병을 피해자가 마신 것으로 볼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생수병이 바꿔치기 됐거나 해당 생수병이 피해자들이 마셨던 물을 담은 것이 아닐 수도, 피해자들이 물이 아닌 다른 음료를 마시고 쓰려졌을 가능성도 있으나 강씨 사망으로 이 부분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피의자인 강씨가 사망해 범행 동기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씨의 소지품 등에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강씨가 평소 지방 인사 발령 가능성을 듣고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 "잦은 업무 지적에 불만이 있어 보였다" 등 회사 관계자들에게서 받은 진술을 토대로 강씨가 인사에 불만을 갖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강씨의 회사 사무실 자리에서 '짜증 난다', '제거해버려야겠다' 등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적힌 메모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피해자 3명을 정확히 특정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에서는 같은 달 10일에도 다른 직원이 음료를 마신 뒤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직원은 강씨와 과거 1년간 사택 룸메이트였다. 경찰은 강씨가 자신이 곤란한 상황일 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에게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2명의 피해자에게도 일과 관련한 문제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강씨가 이런 상황을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거나 알린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독극물을 마시고도 3명 중 1명만 사망한 것에 대해선 "사망 이후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양의 차이로 추정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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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만 경찰은 공범 유무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강씨를 입건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로 보아 수사를 계속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고, 강씨의 살인·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이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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