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 연합, 하원 이어 상원 다수당 지위 잃을 듯…40여년만에 처음
인플레·코로나19로 지지율 고전…여당내 갈등 심화 예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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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중도좌파 여당이 상·하원 의석을 상당수 잃을 것으로 보여 임기 반환점을 앞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권이 때이른 레임덕 위기에 몰리게 됐다. 지난 40여년간 아르헨티나 정계를 지배해왔던 중도좌파 연정이 처음으로 패배할 것으로 보이면서 중도좌파를 중심으로 구성된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가 종식될 조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상·하원 의원 선거는 개표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중도좌파 여당 연합인 '모두의 전선'의 패배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상원의원 72명 중 24명, 하원의원 257명 중 127명을 선출하는데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선거 후 여당 연합의 상원 의석이 종전 41석에서 35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좌파 연합이 40년 가까이 만에 상원 다수당 지위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여당 연합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하원에서도 여당은 의석을 더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중도우파 연합 '변화를 위해 함께'가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등 주요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앞서 아르헨티나에선 연 50%에 달하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높아지는 빈곤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페르난데스 정부는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위층의 백신 새치기 접종 스캔들이나 봉쇄 기간 대통령 관저에서의 '노마스크' 파티 논란 등도 정부에 타격이 됐다.


실제로 지난 9월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여당의 전국 득표율은 30%를 조금 웃돌아 '변화를 위해 함께'에 뒤졌다.


아르헨티나 예비선거는 일정 득표율 미만의 군소 정당을 걸러내기 위한 절차인데, 본선거와 마찬가지로 전국 단위 의무 선거라 본선거 결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예비선거 이후 페르난데스 정권은 생필품 가격을 동결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유권자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반전을 연출하지는 못했다.


임기 4년의 절반을 향해가는 페르난데스 정권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이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부채 협상 등 어려운 과제들이 많은 상황에서 의회의 지지를 기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선거로 '페론주의'가 지배한 아르헨티나 정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남미 좌파 블록의 핵심 기둥 중 하나이자 그간 복지 확대 정책 등으로 대표됐던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여당이 우파 정당에 처음으로 밀리게 됐다는 의미다.


지난 2000년대 초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수백만명의 중산층 인구들을 빈곤층으로 내몰았다. 이에 페론주의 정권은 사회 지출을 확대하면서 이들 빈곤 인구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대폭 늘렸다. 이에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부 갈등 심화에 따른 정국 혼란도 우려된다.


예비선거 패배 후 여당은 비교적 온건 성향인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강경 좌파에 가까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겸 전 대통령 간에 균열이 노출된 바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이그나시오 라바우이 연구원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여당 연합 내부의 불만과 인플레이션 등 산적한 경제 문제를 안은 채 정치적 힘을 대부분 잃은 상태로 임기 후반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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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중간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IMF와 지속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아울러 인플레이션 등에 맞설 장기 경제계획안을 내달 초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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