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XXX 해주겠다’, ‘OO만원 준다’ 등 각종 대선 공약이 난무해지는 시기가 왔다. 그럴싸한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면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달콤한 공약은 반드시 국민에게 대가를 청구한다는 것.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공약이라고 내놓는 것들이 족족 어려운 일투성이다. 대선 무대를 떠난 유승민·윤희숙 같은 이들이다. 이들의 공약은 꽤 ‘용감’하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3위로 고배를 마신 유승민 전 의원의 대표 공약에는 연금개혁과 노동개혁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는 공약 발표 당시 이같이 말했다.

"남들은 다 퍼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늘어놓을 때 대선에서 표를 받아야 할 후보가 굳이 이런 인기 없는 공약을 내야 하느냐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 최소한 우리 청년들이 돈만 내고 나중에 연금도 못 받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코인, 주식 투자도 해봤지만 이것마저 여의찮은 청년들이 지금 월급에서 꼬박꼬박 내고 있는 국민연금조차 나중에 못 받게 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유 전 의원도 사실 걱정했다. 개혁이라는 이름의 명분은 챙기지만, 그 세세한 디테일을 듣노라면 표를 얻자는 공약인지,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결집하라고 주문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공약을 이행할 동력이라고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의 품격 과 미래에 대한 절박함뿐이다.


과거 본지와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국민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개혁은 힘들다"면서 "지금 국민연금은 2028년이 돼서야 소득대체율(재직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급 비율)이 40%가 된다. 40% 이하로 줄이면 국민들의 노후가 불안해진다"며 "정년을 연장하거나, 60대 초반에 있는 사람이 일을 더 한다거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늦춘다거나,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거나, 세금을 미리 투입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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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에 나선 사람이 국민들에게 더 나이 먹어서까지 일을 하라며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 보험료로 더 많은 돈을 납입해야 한다고 설득하거나, 아니면 세금 일부를 연금 재정으로 쌓는 것(다른 곳에 쓰일 세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을 이야기했다. 물론 그는 뒤늦게 공무원이나 군인 연금 개혁 등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연금 통합은 형평성의 문제일 뿐, 결국 연금 문제를 풀어야 하는 유일한 해법은 연금을 더 많이 또는 더 오래 내는 것뿐이다. 다만 이런 해법을 꺼내들 때 대통령과 해당 정치세력의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공약이라고 말했다.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시민을 위한 설득이었고, 대통령이 되면 하지 않을 수 없게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윤 전 의원도 비슷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공약을 한창 발표할 당시 만났던 윤 전 의원도 연금 개혁을 이야기했다. 그 역시 ‘표’가 안 되는 공약을 내놓기는 마찬가지였다.


8월 인터뷰 당시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공약을 내놓은 뒤 댓글을 보면 이게 무슨 공약이냐고 욕을 해요. 누구는 몇천만원씩 드린다고 하는 데 그런 게 아니니."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들을 해내겠다고 말을 했더니, 그게 무슨 공약이라는 반발에 놓였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하겠다고 했죠. 전문가들이 안을 만들어 갔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되돌려보냈어요. 연금이 없어지게 생겼는데 국민들 보험료 올리는 거 싫어한다고 ‘빠꾸’시키면 개혁 안 한다는 이야기죠. 국민 눈높이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개혁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지도자의 일이잖아요. 4년간 재정은 더 엉망이 됐어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전에 보험료를 올렸어야 했는데 연금 고갈 시점은 더 빨라졌죠. 고쳐야 할 점을 얘기하지 않는 지도자에게 속으면 더 큰 고통이 눈앞에 있어요. 국민들에게 반복해서라도 얘기하고 정직하게 얘기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합니다. 자기 지지자만 보고 엉터리 얘기하는 사람을 몰아낼 수 있어요."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끝에 내린 결론은 윤 전 의원은 3가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국가의 미래 비전을 둘러싼 정책 경쟁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 나아가 개혁 의제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개혁을 스스로 이끌겠다는 것.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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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다시피 윤 전 의원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면서, 대선 무대에서도 사라졌다.


유 전 의원 역시 국민의힘 4강 경선까지는 올랐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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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다시금 힘들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개혁의 깃발을 드는 후보를 찾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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