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범죄피의자 인권보호 논란 속 사각지대에 놓인 우범자관리
전과 14범의 강모씨가 출소한 지 3개월 만에 무고한 여성 2명을 살해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강모씨가 전자발찌를 찬 채 자택에서 여성 1명을 살해한 후, 이를 끊고 도주한 지 이틀 만에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해 이를 방지하지 못한 법무부와 경찰의 대처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전자발찌의 훼손 예방을 위해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고, 경찰과 위치정보를 공동 모니터링하는 등 공유하는 정보 범위를 넓히는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근원적인 문제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감시전문 인력의 부족과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체계의 미흡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현행 전자감독제도로는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를 감시할 순 있어도 그들의 행동까지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전자발찌에 국한되지 않으며 현재 시행 중인 다양한 범죄예방대책들에서도 나타난다. 현행법으로 강력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들로는 전자감독(2008년 도입) 외에도 범죄자 신상공개(2001년 도입), 그리고 경찰의 우범자 관리대책이 대표적이다.
범죄예방대책은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는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범죄피의자 인권침해를 이유로 번번이 제한적인 개선만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경찰의 우범자 관리대책은 의미가 불분명했던 우범자라는 용어를 변경하고, 규칙의 제명을 ‘주요 강력범죄 출소자등에 대한 정보수집에 관한 규칙’으로 변경했다. 개정과정에서 관리대상이 2회 이상 전과가 있고 범죄우려가 있는 고위험자(사람)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자(살인, 방화, 약취ㆍ유인), 3회 이상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자(강도, 절도, 마약류 범죄),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조직폭력배로 제한됐다. 뿐만 아니라 정보수집의 목적도 ‘재범방지와 수사자료 활용’에서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으로 소극적으로 변경됐다. 범죄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제한적 장치는 신상공개제도와 전자감독제도에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사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예방대책을 범죄피의자 인권침해를 최소화한 소극적인 사후대책으로 바꿔 버렸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의 관련 대책들은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범죄 자체를 예방하고, 그 피해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민들의 권리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 성범죄자는 출소 후 평생 전자장치 부착이 의무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조지아주는 재범위험성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되면 평생 전자감독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일부 주에서는 전자장치 부착자가 일정 반경 안에 들어가면 인근 사람들에게 성범죄자가 근처에 있음을 신호로 알려주는 기능을 부가하기도 하는 등 강력한 예방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은 위치추적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있지만 전자발찌부착자들을 철저하게 가택구금해 외부로 벗어날 경우 추적전담과가 곧바로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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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범죄피의자의 인권보호도 형사사법기관이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권침해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는 다른 제도적 장치로 보완될 수 있다. 이번 강모씨 사건과 같은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범죄피의자에 대한 일부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지라도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우범죄 관리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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