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대면예배? 지긋지긋해" 비호감 상징된 한국 교회
코로나19 유행 이후 일부 교회들 대면 예배 강행
지난해에는 교회서 집단감염 발생하기도
올해 개신교 호감도 6%…전체 종교 중 꼴찌
"일부 교회 때문에 평범한 신자도 고통" 시민들 토로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또 교회에서 방역수칙 위반했네.", "이 시국에 무슨 생각들인지,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교회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예배를 강행한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보니, 개신교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전문가는 교회 내 일부 집단의 일탈이 전체 기독교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4단계 초기 종교시설의 예배·미사·법회 등 대면 활동은 수용인원의 10%, 최대 19명까지 허용됐지만, 지난 6일 이후 최대 99명까지 확대된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방역지침에도 수도권 일부 교회는 100명 이상의 종교인이 모이는 대규모 대면 예배를 여러 차례 강행했다. 일례로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4단계 시행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18일부터 현재까지 총 5차례 대규모 예배 행사를 했다.
전 목사 측은 서울시가 교회에 대한 시설 폐쇄를 강제할 경우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대한민국 정부의 회개와 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전국 광화문 예배'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며 '맞불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사랑제일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군이 지속되자, 성북구는 19일 오후 5시 교회 측에 시설 폐쇄 명령서를 전달했다. 구는 20일 교회를 폐쇄 조치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일부 교회들은 대면 활동을 강행하다가 정부·지방자치단체 등과 갈등을 빚었다.
일례로 부산시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집합 제한 명령을 발동하고 단속에 나섰으나, 이 기간 몰래 현장 예배를 열다가 적발돼 집합 금지명령을 받은 교회만 128곳에 이르렀다.
대면 예배를 하다가 집단감염을 초래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한달이 채 안 돼 누적 확진자 수가 800명에 근접했다. 당시 교회 측은 유튜브 채널, 교회 내 책자 등을 통해 "확진자가 나오면 모두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라고 발표한다" 등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신교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냉랭해지고 있다.
뉴스를 통해 교회 시설의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접했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고통받고 있는데 버젓이 대면 예배를 하는 걸 보면 짜증난다.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라며 "이전에는 기독교에 대해 별다른 감정 없었는데, 요즘에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기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교회에 대한 싸늘한 주변 시선 때문에 기독교인임을 선뜻 밝히기 힘들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B(31) 씨는 "요즘 어디 가서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 힘들다. 다들 대놓고 말만 안 할 뿐이지, 다들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힘들다"라며 "잘못된 생각을 가진 일부 교회들이 자꾸 논란이 되다 보니까 평범한 신자들까지 전부 지탄을 받는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개신교에 대한 시민들의 호감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덜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업 '한국갤럽'이 지난 3~4월 전국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종교 인식' 조사에서, 국내 비종교인 중 '개신교에 호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에 불과했다. 불교, 천주교 등 국내 종교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개신교의 호감도는 해마다 꾸준히 악화해 왔다. 지난 2004년 같은 조사에서는 12%의 호감도를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10%로 줄었고, 2021년에는 6%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는 교회 내 일부 집단의 일탈이 전체 사회의 규범과 충돌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일부 교회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거나 위반하는 사례가 있다 보니 국민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 국민들은 기독교 전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다기보다는, 사회와 충돌하는 기독교 내 특정 집단을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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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종교와 예배의 자유도 지켜져야 할 소중한 기본권이지만,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서로 양보해야 할 것이 있음을 상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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