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측 "차별로 비칠 수 있지만 철거 계획 없어"
시민들 "성소수자는 차별받아도 되는 존재?"
전문가 "특정 정체성 명시하는 것 명백한 차별"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 붙은 공고문. 화장실 출입 금지 이유로 '동성애자 출입 등 신고'라고 적혀 있어 성 소수자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트위터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 붙은 공고문. 화장실 출입 금지 이유로 '동성애자 출입 등 신고'라고 적혀 있어 성 소수자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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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동성애자 출입 등 신고로 화장실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건물 공고문이 논란이다. 건물 측은 화장실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목격했다는 민원이 들어와 시행한 조치라고 밝혔으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문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폐쇄의 이유로 '동성애자'란 문구를 넣은 것은 부적절하며, 특정 행위에 대해 명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은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고문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공고문에는 '내부사정(동성애자 출입 등 신고)으로 지하 4, 5, 6층 화장실을 당분간 아래와 같이 폐쇄하오니 불편하시더라도 지상층 화장실 이용을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 공고문은 지난해 5월11일부터 1년이 넘도록 건물에 게시돼 있었으며, 여전히 부착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 사이에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문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설령 동성애자가 화장실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써놓으면 안 된다"라며 "동성애자는 화장실도 가면 안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동성애자가 아닌 금지해야 하는 행동을 명시하고, 이로 인해 출입을 폐쇄한다고 적어야 맞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건물 측은 공고문 부착 이유에 대해 동성 간 성행위 장면을 목격했다는 민원이 늘면서 내린 조처라고 밝혔다. 지금껏 관련 민원이 수백 건이 넘는 등 건물 관리자들의 근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건물 측은 공고문 게재는 "성적 지향과 연관 있는 것이 아니라 범법행위를 막자는 의도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또 공고문의 문구가 성소수자 차별로 비칠 수 있음에 동의한다면서도 철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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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건물 측 조치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당연시 여겨지는지 건물 측의 당당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차별로 비칠 것을 알고 있는데, 시정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성소수자는 차별을 받아도 된다'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것"이라며 "누군가를 차별해도 된다는 말을 저렇게 당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 인권이 이 나라에서 얼마나 바닥인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은 관련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이 혐오표현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2017년 '혐오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성소수자 94.6%가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으며, 87.5%는 오프라인에서도 혐오표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동성애자 출입으로 폐쇄한다'라는 것은 특정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여기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고, 곧 사회에서 금지되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준다"라며 "성소수자를 이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 폭력을 당해도 되는 사람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명백한 차별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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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공건물에서 성관계 하는 게 문제라면, 구체적인 행동을 금지한다는 표현을 써야지, 특정 정체성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차별을 강화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범죄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또한 다른 약자들에 대한 혐오를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 사회는 누구에게도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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