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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중대법 시행령에 안전관리보건비 넣어라"…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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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인 중소기업 등 경영부담 커질듯
전문가 "인건비 증가 우려 편법 늘 수도"
정부, 내달초 시행령 의결 빨간불

與 "중대법 시행령에 안전관리보건비 넣어라"…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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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을 내년부터 강행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관련법 시행령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조항을 추가할 것을 정부에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는 건설비의 일부를 안전비용으로 쓰도록 한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도록 종용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비용부담까지 떠안을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정부는 난색을 표하면서 준용하더라도 건설업 이외 업종은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3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간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측은 최근 산안비를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명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산안비 적정 예산 책정과 관련해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표현하도록 요구했다"며 "안경덕 고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언급한 만큼, 필요하다면 산안법을 참고하라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요구는 평택항·부산신항,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산재사고가 빈발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의 지지기반인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중요성까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의 요구는 경영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계는 산안비 규정을 시행령에 적용하는 논의 자체를 리스크로 간주하고 있다. 산안법과 비슷한 규정을 따로 둘 경우 이중 규제로 작용할 여지도 크다. 특히 5~49인 중소기업 등은 경영상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대기업은 기존에도 '2000만원 이상 공사의 경우 공사비의 최대 3%를 산안비로 계상한다'는 산안법 고시 사항을 무난히 지켜왔지만, 중소기업은 부담이란 것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추가될 경우 매출, 근로자 수, 산재발생위험도 등 무슨 기준을 적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추가로 명시하고 있어, 건설기업을 포함한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관리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업 이외 전 업종을 아우르는 산안법 적용 근거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시행령 제정 내용에 관해 밝히긴 어렵고, 설령 산안비 규정을 반영하더라도 건설업 이외 업종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처벌 규정만 높인다고 ‘산재사고 근절’이란 본 목적이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중대법 시행 수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원청이 모든 전국 사업장 산업재해 사고를 일괄 관리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며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만 일어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인건비 증가를 우려해 안전 관리 요식행위를 하는 등 편법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법 적용 범위는 산안법이 훨씬 넓은데 중대법을 통해 형량만 커지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달 초 관련법 시행령을 의결할 방침인데,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산안비 외에 중대재해 발생 시 법인 대표이사(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대신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인지 여부, 일부 업종은 중대산업재해는 물론 중대시민재해 위반에 따른 이중 규제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재해법 2조9항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경영계에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즉, CEO가 안전 업무에 관한 예산·조직 권한을 위임한 책임자가 대신 처벌받아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화학·정유·석유화학·석탄발전·시멘트 업종 등은 '중대시민재해'와 '중대산업재해' 등 이중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따른 예산(중대산업재해)과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중대시민재해) 모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대시민재해 규정은 소비·유통 과정, 산업재해 규정은 생산 과정에 적용되므로 이중 규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는 다음달 8일에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27일까지 정부안을 여당에 제출키로 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날 오전까지도 제출하지 못했다. 시행령은 사실상 당정협의대로 입법예고될 것이 유력하고 경영계의 요청이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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