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진웅과 법정대면… "압색 당시 방어권 절실했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1일 법정에서 마주했다. 한 검사장은 증인 신분으로, 정 차장검사는 피고인 신분으로 한 법정에 섰다.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지 약 10개월 만이었다. 이 둘은 재판이 진행되는 3시30여분 동안 한 차례 목례로 인사를 나눴을 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한 검사장은 이날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 피해자이자 증인으로서 법원에 출석하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잘못이 바로잡히는 상식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정에선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일련의 행동들은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며 "정 차장검사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동훈 "정치적 수사에 방어권 행사한 것"
한 검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정 차장검사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정치적인 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헌법적 방어권을 행사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작년 7월 정 차장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진 압수수색 당시 상황에 대해선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압도적으로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한 직후였는데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을 또 한다고 하니 황당했다"며 "방어권 행사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당시 변호인을 부르겠다고 요구하자 정 차장검사가 기다렸다는 듯 '급속을 요하는 경우 변호인 참여를 배제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문을 언급하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은 "나도 압색을 많이 해봤지만 변호인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요즘 대한민국에 없다"며 "해당 조문을 아는 검사도 잘 없는데 얘기하는 것을 보고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당시 변호인의 참여 요청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관이 역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저는 범죄 소명도 없이 법무연수원에 모욕적으로 좌천됐다"며 "프레임을 갖고 사건을 조작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진실이 밝혀지리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추 전 장관이 지난해 11월 이른바 '휴대폰 비번 공개법' 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 "대단히 황당하고 반헌법적"이라고 비난했다.
"모양 사나워 병원에 입원도 못해"
한 검사장은 몸싸움이 벌어지기 전 정 차장검사에게 허락을 받은 뒤 변호인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누르던 중 정 차장검사가 다가와 자신의 팔과 어깨를 잡고 밀어 몸 위에서 짓눌렀다는 게 한 검사장의 주장이었다. 그는 '당시 통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행동을 했느냐', '증거인멸로 오해받을 행동을 했느냐'는 질문엔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정 차장검사는 검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거를 삭제할 우려가 있어 직접 압수하려고 하는데,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으려는 동작을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본능적으로 방어동작을 취한 것"이라며 "휴대폰을 뺏기지 않으려고 팔을 뻗은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한 검사장은 당시 정 차장검사의 폭행으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권했는데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엔 "모양 사나울 것 같아 안했다"며 "저도 검사고 정 차장검사도 검사인데 사진도 공개된 상황에서 입원까지 하면 검찰 조직이 우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정진웅, 순식간에 내 몸 덮쳐"
정 차장검사의 변호인은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압수수색 중 벌어진 몸싸움은 정당한 직무수행 과정이란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정 차장검사가 애초 휴대전화에 무엇을 입력하는지 보기 위해 다가간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몸을 피해 제재를 했다는 걸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은 이를 부인하면서 "바로 내 몸을 덮쳤다"는 취지로 답했다.
변호인은 "압수수색 당일 휴대전화 잠금 설정을 안면인식으로 해제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굳이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었고,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오해할만한 행동을 했다는 걸 캐물은 것이다. 이에 한 검사장은 "집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 안면인식을 사용하지만, 마스크를 쓰는 사무실에선 비밀번호 입력을 사용한다"고 부인했다.
변호인은 신문 말미 "정 차장검사에게 허락을 받은 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전원을 다시 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라 시간이 길어진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가 자신을 덮쳤을 때가 휴대전화 비밀번호 20자리 중 3자리 정도를 눌렀을 당시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증언했었다. 사실상 한 검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렸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한 검사장은 하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하자마자 (정 차장검사가) 왔다"며 "내 기억으로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고 답했다.
내달 변론종결… 檢, 피고인 신문 요청
검찰 측은 다음 공판기일에서 정 차장검사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차장검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 차장검사 측은 "검찰 측 신문에 일체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진술 거부를 고려해 신문을 준비해달라"고 검찰 측에 당부했다.
재판부는 6월28일을 다음 기일로 지정하면서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공판기일에선 남은 증인과 피고인에 대한 신문 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 측의 최후 변론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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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29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정 차장검사는 수사 단계부터 "증거 인멸 시도를 막으려는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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