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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자기는 행복하지"…'사랑'으로 포장된 '가스라이팅',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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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 측, 가스라이팅 의혹 부인 "연인 간 애정 싸움"
가스라이팅, 타인 심리나 상황 교묘하게 조작

배우 서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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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나로 인해 자기는 행복하지. 날 그러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최근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이 교제 당시 나눴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가스라이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길들여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압박하는 행위를 뜻한다. 서예지 측은 논란에 대해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이라고 부인했다.

가스라이팅은 연인뿐 아니라 가정, 직장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피해자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피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심리적 지배를 당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워 가해자의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매체는 김정현이 2018년 9월 종영한 MBC 드라마 '시간'에서 하차한 원인 중 하나로 당시 연인이었던 서예지를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예지는 김정현을 '김딱딱씨'라고 부르며 "로맨스 없게 잘 수정하고", "스킨십 노노", "(스태프들에게) 인사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현은 "알겠다"고 답하며 서예지에게 촬영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 보고하기도 했다.

가스라이팅 논란이 커지자 서예지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있는 애정 싸움"이라고 해명했다. 소속사는 "논란이 된 내용대로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본인의 자유 의지없이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배우가 어떠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 연기와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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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스라이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패트릭 해밀턴이 1983년 연출한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됐다. 극 중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국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즉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정서적 학대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정신분석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 박사가 2007년 최초로 정립한 심리학 용어다.


가스라이팅은 연인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과거 실시한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연구'에 따르면 총 2000명의 조사 대상 중 1593명(79.7%)이 연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등 폭력으로 인식되지 않는 '통제행동'을 가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컨대 연인이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하고, 옷차림 등을 제한하는 식이다. 이는 가스라이팅의 일종이다.


배우 김정현(좌)·서예지(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배우 김정현(좌)·서예지(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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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2호로 발탁됐던 원종건씨도 가스라이팅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그의 전 여자친구는 "(원씨와 교제 당시) 최고 기온 35도가 넘는 여름에도 긴 와이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다녔다. 치마를 입더라고 다리를 다 덮는 긴 치마만 입었다. 그런데도 (원씨는) 허리를 숙였을 때 쇄골과 가슴골이 보인다며 매일 저한테 노출증 환자라고 했다. 반바지를 입는 날에는 온종일 제게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 논란이 커지자 결국 원 씨는 탈당했다.


가스라이팅은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부모가 자식에게 의견을 억지로 주입하는 행위나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너는 '착한' 딸이잖아" 등의 말을 지속해서 하는 것도 가스라이팅에 속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직장 선후배, 친한 친구 사이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직장 상사가 후배에게 "나 아니면 누가 너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냐" 등의 폄훼하는 말을 하는 것도 가스라이팅의 일종이다.


다만 가스라이팅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친밀한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다 보니 법적 처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피해자 자신도 피해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정신적·심리적 지배를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


전문가는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심리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데이트 폭력 여성피해자의 강압적 통제 경험' 논문(권진숙·박시현/2019)에서 저자는 "심리학에서 가스라이팅이라고 표현되는 이 행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종하기 위해 쓰는 수법"이라며 "피해자들은 가스라이팅 관련 경험을 하면서 이성이 마비되는 느낌과 함께 본인의 생각을 부정하게 되는 극도의 혼란스러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에게는 성에 대한 인지, 상대 이성에 대한 존중, 인권, 애착형성 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피해자에게는 폭력 민감도 향상을 위한 교육 뿐만 아니라 관계 종료 후에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치료의 마련을 제언한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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