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전 코치 성폭력 사건 계기 특별조사
"아이스하키채 3개 부러지도록 맞아"
언어·신체·성폭력 만연
폐쇄적 구조 기인…"인권보호 대책 마련하라"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 조 전 코치는 선수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1심서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 조 전 코치는 선수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1심서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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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국가인권위원회의 빙상종목 특별조사에서 일반 스포츠 분야보다 빙상계의 폭력이 더욱 만연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15일 인권위가 발표한 '빙상종목 선수 인권상황 특별조사 결과'를 보면, 빙상 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실업선수의 경우 일반 스포츠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폭력의 정도가 컸다. 31.2%는 신체폭력을 경험했으며, 17.1%는 성폭력 경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의 경우 57.8%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더구나 초·중·고 미성년자 선수들조차 5명 중 1명은 신체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은 초등학생 26.2%, 중학생 20.2%, 고등학생 22.1% 등이었다.

신체폭력은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운동기구나 도구를 이용한 구타 형태가 가장 많았다. 주기는 전체적으로는 ‘1년에 1~2회’라는 응답이 많았으나, 실업선수 집단에서는 ‘한 달에 1~2회’라는 응답이 45%,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도 25.0%나 돼 상습적 폭력의 양태가 나타났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은 "아이스하키채 3개 정도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 "하키채로 때려서 헬멧이 깨진 애가 2명 정도 있다" "스케이트 라인에 끼우는 가죽 날집을 이중으로 낀 뒤 락커룸에 데리고 들어가 스케이트를 신기고 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잡으라고 한 뒤 엉덩이·허벅지 등 안 보이는 데만 때렸다"는 피해 경험담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대다수는 '아무런 행동을 못함'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감' 등 거의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실업선수 집단에서 85.0%로 가장 높았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휴식권 침해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인권위는 "새벽, 오후, 저녁 훈련 등 매일 4~5시간 이상의 장시간 훈련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성장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학습권 침해는 물론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소진과 부상, 운동 중단 등 아동학대 수준의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빙상계의 심각한 인권 상황의 원인을 ▲일부 지도자들의 빙상장 독점적 사용, 국가대표 코치 및 선수 선발권, 실업팀과 대학특기자 추천권 등의 전횡 ▲선수·지도자의 경직된 위계 구조 ▲지도자의 폭력이 성적과 메달을 위한 것으로 공공연히 용인되는 문화 ▲인권침해와 체육비리에 대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이나 묵인 행위 등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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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인권위는 대한빙상연맹경기회장, 교육부장관 및 빙상장(공공체육시설)이 설치돼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빙상선수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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