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삼성 불렀다"…K반도체에 러브콜·견제 동시에 내놓는 美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업계를 초청해 12일 회의를 연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관련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결국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압박과 회유의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의 존재가 곧 취약점이 됐다는 점을 강조, 막대한 지원의 명분을 쌓고 있는 미국이 K반도체에 대한 당근과 견제를 동시에 내놓으며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12일 반도체 및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초청 대상자 중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GM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북한 문제 외에 반도체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최근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애리조나에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텍사스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등을 놓고 미국 반도체 공장 신·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제시하며 투자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미국 정부는 동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명분 아래 ‘K반도체’ 견제도 병행하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는 동아시아의 지리적 취약성이나 한일 갈등 등 외교적 문제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불확실한 시대에 세계 반도체 공급망 강화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SIA는 "지리학적 전문화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세계 반도체 공급망 구조가 지난 30년간 엄청난 혁신과 생산성, 비용 절감을 만들어 냈지만 취약성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SIA와 BCG는 세계 반도체 생산력의 75%가 중국과 동아시아에 집중해 있다며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 핵심 인프라시설 등에 필수적인 10나노(㎚·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미세공정이 가능한 곳은 현재 대만과 한국 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중국과 동아시아의 활발한 지진 활동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심각한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올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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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고서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관련 부품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된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일갈등에 따른 타격은 반도체 업계를 넘어 세계 전자기기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며 "지난해에는 다소 한일 갈등이 완화됐지만 이 사안은 여전히 민감하게 남아있으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위험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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