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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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술과 도박을 일삼으며 생활비를 주지 않던 남편을 술김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50대 여성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피고인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며,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4일에 열린다.


지난해 8월 6일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키우던 A(56·여) 씨는 생계를 위해 일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당했다.

처지를 비관한 A 씨는 이튿날 주점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남편 B 씨에게 '슬퍼서 죽고 싶다', '너는 쓰레기 정신병자였다', '죽고 싶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차례 이혼 경험이 있는 A 씨는 B 씨와 재혼했지만, B 씨는 결혼 초기부터 도박과 술에 빠져 생활비를 제대로 준 적 없었고 두 사람은 이 일로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설상가상으로 B 씨는 같은 해 6월 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돈만 달라고 한다는 이유로 아들의 목을 졸랐고,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집을 나가 다세대 주택에 혼자 살고 있었다.


A 씨는 집을 나간 B 씨에게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했으나 B 씨는 연락을 피했고,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았다.


남편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일하던 음식점에서도 해고당한 A 씨는 사건 당일 처지를 비관하며 낮술을 마셨고, "죽인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B 씨가 있는 주택으로 향했다.


A 씨는 그곳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는 B 씨를 발견했다. 화가 난 A 씨가 "지금 술 마실 때냐, 이혼서류를 가져와라."라고 소리를 질렀고, B 씨는 "알았으니까 가라"라고 답했다.


격분한 A 씨는 술상에 있던 젓가락과 접시를 던진 뒤 갑자기 주방용 가위를 B 씨의 머리 위로 들었다. 놀란 B 씨는 A 씨의 손목을 잡았고, 두 사람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B 씨가 A 씨의 손목을 놓치자 A 씨는 B 씨의 왼쪽 가슴을 한 차례 찔렀다. A 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고,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결국 A 씨는 살인 혐의로 지난해 9월 법정에 섰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가위를 들어 위협하는 과정에서 남편을 찔러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당시 평소 주량의 3배 정도 술을 마신 만취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원두)는 "범행도구의 형태와 가한 힘의 방향과 크기,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정도, 범행 당시 피고인의 심리상태 등을 종합해보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라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은 친아버지를 잃게 됐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라며 "이러한 혼인 생활에서 피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에 비추어 범행 경위에 일부나마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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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측과 검찰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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