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필름 10만여 점 등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
"서울에 대한 향수는 물론 기록자료로서 가치 높아"

김기찬 작가가 포착한 서울 변화상 역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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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기찬(1938∼2005) 작가는 1968년부터 약 30년간 서울의 변화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표작은 서울 중림동에서 출발한 '골목 안 풍경' 시리즈.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의 골목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었다. 어른들에게는 공동의 사랑채,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김 작가 유족으로부터 필름 10만여 점과 사진·육필원고·작가노트 등 유품을 기증받았다고 10일 전했다. 유족 측은 "서울의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름에는 도시 개발 이전의 강남과 서울 변두리 지역의 사진 등 미공개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배현숙 서울역사박물관장은 "김 작가의 사진은 도시 서울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기록자료로서도 풍부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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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전문 사진가가 아니었다. 동양방송국과 한국방송공사에서 제작부장 등으로 근무했다. 그는 중고 카메라 한 대를 마련해 출퇴근길에 마주친 행상들을 찍기 시작했다. 서울역 앞 군상들에 이끌려 그들의 생활터전인 중림동 골목을 찾으면서 골목 안 풍경에 관심을 쏟았다. 피사체인 골목 안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협소한 공간에서 다양한 모습을 포착했다. 경제 성장과 도심 재편으로 상실하고 해체돼가는 고향과 가족, 삶, 이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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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국 미술평론가는 김 작가의 사진에 대해 "위협적으로 렌즈를 겨누거나 몰래 숨어 쭈뼛거리며 촬영하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거부감을 주는 사진가가 아니었다. 모델이 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고 했다. 오랜 시간의 기록에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이유다. 협소한 공간에서 이뤄진 오랜 시간의 기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골목 안 풍경' 시리즈는 1980년대 말부터 진행된 재개발로 골목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면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변해가는 이미지는 김 작가는 물론 한국 산업화와 도시 구조 변천의 역사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과 상처가 서린 공통의 기억으로, 그 시절의 단편들을 그립고도 슬프게 되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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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은 이 자료들을 박물관 수장고에 영구 보존한다. 특히 10만여 점에 달하는 필름은 디지털화하고 색인해 누리집에 공개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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