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엘리카메라 - 90세 할아버지 기증한 미놀타 카메라, 어떤 추억이 담겨있을까
연남동 1호점 체험·전시 위한 공간
강혜원 대표, 英 ‘풀뷰’ 매력에 빠져
14년째 모은 400~500여종 카메라 전시
1800~1900년대 유럽·영국 등지 생산
원데이 클래스 인기, 현상·스캔해줘
손님중 일부 필요없는 카메라 기증
3년전 90세 할아버지 가장 기억 남아
연희동 2호점 득템공간, 주3일 예약제
“카메라 가치 아는 분께 판매 목표…영감 받고 위로가 되는 공간이길”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사진은 우리를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유는 훗날 해당 시간의 장소와 정서를 추억하기 위함일 터다. 디지털 카메라에 이어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우리는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촬영 버튼 하나만 누르면 초점이나 밝기값을 일일이 설정하지 않아도 멋진 사진이 찍히는 시대다. 필름을 구해 찍은 후 현상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결과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필름 걱정 없이 자유자재로 즉시 사진을 찍어 확인할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지울 수도 있다. 비약적 기술 발전이지만 그만큼 무심코 찍는 사진이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엄청나게 늘어난 사진 촬영으로 인해 피사체와 교감을 나누는 과정 역시 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한 장마다 정성을 담아 찍었던 필름 카메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엘리카메라’는 그런 아련함을 가진 이들을 품어주는 보물섬 같은 공간이다. 빈티지 필름카메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곳은 카메라 마니아들은 물론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일명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 숲길을 15분 남짓 걷다 보면 마치 유럽의 어느 작은 동네에서 볼법한 이국적 외관을 지닌 한 가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란색 외벽에 장미꽃 넝쿨이 달린 아치형 창문과 빨간 대문이 매력적인 이곳은 행인의 발걸음을 이끌기 충분하다. 문을 열면 가지각색의 생김새를 지닌 카메라들이 10평 남짓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카메라 박물관’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독특한 생김새를 지닌 카메라를 많이 취급하고 있지만, 이곳 400~500여종의 모든 카메라는 별도의 가림막 없이 전시돼있다. 누구든 이곳에 있는 모든 카메라를 만질 수 있고 셔터를 눌러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 엔사인사에서 생산한 '풀뷰' 시리즈. 강 대표는 '풀뷰'를 시작으로 다양한 빈티지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2016년 연남동 깊숙한 골목에 자리 잡은 ‘엘리카메라’는 1800~1900년대 유럽ㆍ영국 등지에서 생산된 빈티지 카메라가 가득한 공간이다. 강혜원 대표(39)는 대학생 때부터 카메라를 수집하기 시작해 어느덧 14년째 카메라를 모으고 있는 컬렉터다. 컬렉션의 시작은 영국 엔사인사에서 출시한 ‘풀뷰’였다. 강 대표는 “‘풀뷰’를 계기로 카메라 본연의 디자인과 만듦새에 매력을 느꼈고, ‘이 시대에 어떻게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아날로그 카메라에 빠져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간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온갖 카메라 관련 행사를 다니며 지금의 컬렉션을 완성해 나갔다.
카메라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1800년대 후반의 폴딩 카메라부터 영화 ‘해리포터’에 나와 인기를 끌었던 미국 아거스 C3 모델까지. 보기 힘든 독특한 모델들을 이곳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역사가 깃든 카메라들이지만 강 대표는 손님들에게 스스럼없이 만져보고 체험할 것을 권유한다. 컬렉터 시절, 유리장 안에 진열돼 눈으로만 봐야 했던 카메라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만지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사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싫었다”는 강 대표는 “이곳의 철칙은 카메라를 팔지 않는 거다. 판매하는 순간 카메라를 살 마음이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제한되고, 손님들이 눈치를 보게 된다. 그렇게 느끼게 하기 싫어서 여기서는 절대 카메라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은 체험을 위주로 운영한다. 특히 원데이 클래스는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가게에서 준비한 16가지 카메라 중 원하는 기종을 하나 골라 작동법을 배운 후 외부로 나가 자유로이 사진을 찍고 오면 된다. 카메라에 장착된 필름 용량은 36장인데, 대부분의 체험자들은 신중을 기해 사진을 찍는다. 촬영 후 가게로 돌아오면 현상과 스캔을 해준다. 강 대표는 “연남동에서 재밌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 가게가 특이한 카메라를 많이 취급하다 보니 한 번쯤 써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남동 골목을 두루 다니면서 동시에 독특한 카메라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카메라를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손님 중 일부는 이곳에 카메라를 간간이 기증하기도 한다. 본인에게 필요 없는 카메라가 방구석 한편에 방치돼 먼지가 쌓이는 것보다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전시되는 게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강 대표는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한 노인을 꼽았다. 그는 “3년 전 당시 90세이던 한 할아버지가 삶을 정리하신다면서 카메라 2대를 기증하셨다”면서 “너무나도 감사해서 당시 성함과 연락처를 받아놨다. 가게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해놓고 수시로 그분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1호점이 오롯이 체험과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면 연희동에 있는 2호점은 카메라 마니아들에게 ‘득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강 대표는 “지난해 유럽 출장을 갔다가 유학 시절 들렀던 카메라 가게들이 많이 사라진 걸 알게 됐다. 카메라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었다”면서 “그러면서 동시에 ‘나 또한 많은 이들에게 필름 카메라를 경험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바로 가게를 계약했다”고 전했다.
주3일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2호점은 카메라의 가치를 아는 이에게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강 대표는 “카메라를 많이 팔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저렴한 제품이라도 그 가치를 알고, 카메라가 가진 매력이나 역사를 알아봐 주는 손님에게 판매할 때 흡족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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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엘리카메라’가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했다. 그는 “한 손님이 우리 가게에 대해 ‘본인이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 저는 이 공간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지쳤을 때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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