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vs "생명경시" 약물 이용 낙태 허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7일 국무회의 모자보건법 의결…의사의 설명 의무 포함
낙태죄 완전 폐지 요구도
캐나다·영국 등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라 낙태 허용
기본소득당과 모두의 페미니즘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의사의 임신중절수술 외에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을 사용해 낙태하는 방법이 합법화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낙태 허용으로 인해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는 법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 입법안은 국회에 제출돼 연내 개정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무부 등 관계부처 논의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7일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또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낙태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낙태 허용 범위를 넓혔다.
개정안은 약물 투여 등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을 사용한 인공임신중절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에는 낙태 시술 방법이 '수술'로만 규정돼 있는데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임신중단 목적의 경구 복용약인 '미프진'은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방이 금지돼 있었다.
또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 거부를 인정하되 응급환자는 예외로 했다. 의사는 시술 요청을 거부하면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신·출산 종합 상담 기관 등을 안내해야 한다.
복지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시술환경과 위기갈등상황의 임신에 대한 사회·심리적 상담 제공 등 사회·제도적 지원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개정안을 두고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낙태 관련 조항의 수정으로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9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낙태 관련 조항의 법률 개정안은 한국사회에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것이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교총은 임신 14주를 기준으로 낙태를 전면 허용한 부분도 태아가 임신 12주가 되면 뇌와 심장이 완성돼 이미 인간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주수제한은 의미가 없습니다. 낙태죄 '완전폐지'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또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것으로 앞으로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태죄 주수제한은 의미가 없습니다. 낙태죄 '완전폐지'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보통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태아의 생명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앞선다고 이야기한다"며 "그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삶은? 원치 않는 출산을 '생명 존중'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의 힘으로 강요하는 현행법은 옳은 거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자는 애 낳는 기계'라는 구시대적 사고 아래 만들어진 낙태죄를 비롯해 여성을 억압하는 법체계가 존재하는 이상 이미 여성은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없다. 여성의 재생산권과 임신,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낙태죄를 완전 폐지해달라"며 "자기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직장인 김모(27) 씨도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고 있다. 임신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처벌 대상은 여성에 한정된 것이냐"라면서 "이미 헌재에서도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이미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도 변화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1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1988년 낙태죄를 전면 폐지한 캐나다에서는 알버타, 온타리오 등 일부 주에서 유산유도제를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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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임신부가 원할 경우 2명의 의사 의견이 있다면 24주까지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낙태 허용 사유로는 모체 생명 보호를 비롯해 모체 신체·정신적 건강, 경제·사회적 사유, 본인 요청 등으로 폭넓다. 또 육체·정신적 건강에 위해를 끼칠 경우 24주 이내, 임신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경우는 주수에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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