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가 만든 '의붓아들 살해 무죄'…어깨 무거워진 국수본
고유정·이영학·안인득까지
잇단 초동대응 논란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사권조정
경찰 수사관 역량강화 대책 필요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7)에게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으나, 의붓아들 사망 사건에서는 무죄가 내려졌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결과적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을 덮어버린 셈이 됐다. 수사권조정에 따라 내년부터 경찰의 수사권이 강화되는 가운데 경찰 수사를 총괄할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고씨가 받은 혐의는 전 남편 살해 및 의붓아들 살해 등 크게 두 가지였다. 대법원은 전 남편 살해 혐의는 인정했으나,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런 배경에는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의붓아들 홍모(4)군이 사망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이유로 고씨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고 단순 질식사로 판단해 수사했다. 그러다 두 달 뒤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혐의가 드러난 뒤에야 고씨를 수사망에 올렸다. 하지만 홍군의 흔적이 남았을 매트리스·이불 등 직접적 증거는 모두 버려진 이후였다.
경찰은 결국 간접 증거만을 가지고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홍군이 사망하기 전 고씨가 수면제를 처방받았는데 이 수면제가 홍군의 몸에서 발견됐다는 점과, 고씨가 '치매 어머니 베개 질식사' 기사를 검색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고씨가 홍군을 살해했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어느 살인사건이든 현장보존 증거들이 법정에 주요하게 제출되기 때문에 초동수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무죄 판결은 '사안이 애매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보라'라는 보편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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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38)의 딸 친구 살해사건, 지난해 '버닝썬' 사건과 안인득 사건 등에서도 부실·미온적 초동대응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년부터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로 온전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될 경찰의 최대 과제는 이 같은 부실수사 논란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특히 자치경찰제 시행과 맞물려 설치될 국수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수본은 경찰 수사 사건을 감독함과 동시에 수사관 전문성 강화, 통제장치 시행 등 수사 정책을 총괄한다. 현재 경찰 수사에 대한 내·외부 통제장치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수사관의 역량 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 교수는 "사건 발생 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초동수사의 프로세스를 현장에서 확실히 체득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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