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새 1%P 이상 하향조정
기준금리 연 0.50% 동결

성장률 '-1% 벽' 뚫렸다…韓銀, -1.3%로 하향 (종합 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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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이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대폭 낮췄다.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한 후 3개월 만에 1%포인트 넘게 하향 조정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에서마저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이었던 2월 전망치(2.1%)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한국 경제 역성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한은이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낸 1953년 이후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벌어졌던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5.1%) 두 번 뿐이다. 한은이 금융위기 충격에 마이너스(-1.6%)를 점쳤던 2009년에도 실제 성장률은 0.8%로 플러스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국내 경제 회복 흐름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상당 폭 하회하는 -1%대 초반 수준으로 예상되며, 전망 경로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세계경기 완화 속도는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등으로 다소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2.8%로 전망했고,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0.4%,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동결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국내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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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전망치를 -1.3%로 대폭 낮췄지만, 실제 성장률은 여기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은 전망치는 현 상황을 반영해 추산한 것이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아 그동안 잠재된 불확실성 요소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수출과 민간소비 모두 코로나19 직격탄을 받는 부분이라는 점이 문제다. 해외 각국이 봉쇄조치를 재개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이 다시 급감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은은 이번 성장률 전망 시나리오에 현재 2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높이는 가능성은 포함하지 않았다.

최악 땐 성장률 -2%대 불가피…3단계 거리두기도 변수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은보다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2차 확산세가 장기화하면 한국 성장률이 -2.0%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2.1%로 더 비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0인 이상 모임ㆍ행사가 금지되고, 오후 9시 이후 영업은 금지돼 대면 소비가 푹 가라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는 조치가 전국에서 한 달간 시행되면 올해 성장률이 0.8%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 KB증권은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수도권에서 시행되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한 달간 이어지면 0.4%포인트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리두기 3단계 적용 지역, 기간에 따라 성장률이 -2%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내내 재확산이 계속되면 성장률이 -2%보다 더 내려가는 것도 배제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하나은행 금융투자연구원도 "현재로선 4분기에 강한 반등이 나온다 하더라도 -1%대 중반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예측했다.


수출만이 살 길인데… 해외도 불안

한은은 지난 5월 경제 전망 당시 시나리오를 낙관ㆍ기본ㆍ비관 3가지로 나눠 성장률을 전망했다. 당시 비관 시나리오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코로나19가 3분기에 정점을 찍는다는 전제로 예측된 숫자였다. 이미 3분기에 들어선 8월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는 5월 비관 시나리오 전제보다 심각하지만 성장률 전망치(-1.3%)는 더 높다. 한은은 그 배경이 '각국 봉쇄조치 해제로 인한 수출 회복'에 있다고 말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5월은 미국ㆍ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때"라며 "이후에도 코로나19는 계속해서 확산됐지만 각국이 봉쇄조치는 풀면서 경제가 디커플링되는 모양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 한국 특성상 봉쇄조치 해제로 인한 교역 조건 회복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려도 여전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은 악화할 것이고, 많은 국가가 봉쇄조치를 다시 취할 수 있어 수요가 크게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초기 디지털기기 구매가 늘면서 반도체 가격이 올랐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하락했다"며 "두드러지게 좋은 품목ㆍ산업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수출이 좋아졌다고 보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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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연내 쭉 동결할 듯…마지막 카드 아낀다

기준금리는 올해 내내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돈을 풀 만큼 풀었고, 시중 유동성은 역대급으로 늘어나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인호 교수는 "금리를 더 내린다고 해서 투자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며 "이제는 시장에 풀린 국고채 매입을 통해 돈을 푸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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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연구원은 "현재로선 재정정책 효과가 훨씬 직접적일 것"이라며 금리를 더 내렸을 경우 실효하한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전통적 금리정책은 소진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낮추지 않는 이상, 금리카드를 꺼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비전통적 수단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을 텐데 돈을 더 풀어 유가증권을 사 주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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