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의 중소제조업, 물러설 곳이 없다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김희윤 기자]드릴 등 기계공구 제조업체 A사는 창업 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매출 50억원 미만의 작은 규모지만 일찌감치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조선ㆍ중공업체의 2차 협력사로, 절삭공구를 주로 사용하는 기계ㆍ철강가공공장을 주요 거래선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왔다. 조선ㆍ중공업ㆍ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계속된 부진에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왔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조업 생산이 급격하게 줄면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올해 5월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량 줄었고, 호황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주거래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공장 등을 담보로 턱밑까지 대출은 받은 터라 가슴을 졸이며 본점 승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 회사 대표 유준영(가명)씨는 "운영자금을 확보하려 하는데 여의치 않다"면서 "소재ㆍ부품전문기업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과 품질경영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보증지원에 해당되지 않고, 기술력만으로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차체모듈, 프레임 등 자동차용 차체부품을 생산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호원의 신현주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신 대표는 "고용을 안정시켜가며 공장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매출이 확보돼야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재 상황"이라며 "고정비 부담이 점점 늘어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둔 호원은 호원오토의 차체 모듈 부품 조립 공장과 호원테크 등 관계사, 터키공장(호원오토모티브) 등을 운영하는 규모가 탄탄한 회사지만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미 수출 물량이 크게 줄면서 최근 국내공장 공장가동률이 30% 가량 떨어졌고, 코로나19가 만연한 터키 현지 사정은 더욱 나쁘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대기업 1차 협력업체는 은행 대출이나 자금력이 2, 3차 협력업체들에 비해 낫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수월하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에서는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지만 기업인들이 실질적으로 은행에 방문했을 때 느끼는 체감도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등 업종의 경우 작은 협력업체 한 곳에서만 문제가 생겨도 완성차 업체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공급망 체인이 취약한 톱니바퀴식 구조다.
자동차산업협회의 5월 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 공장가동률은 30%대에 불과했다. 3월 실태조사 때는 가동률이 60%대였다. 두 달여 만에 반토막이 났고, 매출액 감소율도 3월 10~25%에서 5월 20~60%까지 증가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올해 1월부터 어려워진 업체들은 이미 신용등급이 많이 낮아졌으니 자금 융통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금융권이 이들에게 좀 더 과감하게 대출을 해주면 좋겠다는 게 업계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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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먹고 살 길이 막힌 2~3차 협력업체는 바로 셧다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운영이 잘 되다가 갑자기 최근 몇 달 사이에 나빠진 곳들을 선별해서 대출을 해주는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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