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더워도 일해야 먹고살죠" 폭염 속 야외 노동자들 '한숨'
최근 낮 최고기온 35도까지…'불볕더위' 이어져
야외노동자들 "땡볕 더위에 일하느라 현기증 나기도"
고용부,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 추진
전문가 "실효성 지적 꾸준…지속적 관리·감독 필요"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직업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더워도 그냥 버텨요."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폭염 등 여름철 재해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는 정부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완 및 관리·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와 동대문구 일대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도 따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 을지로의 한 길목에서 전단을 배포하고 있던 박 모(67) 씨는 "전단지 배부 일 한지는 5~6년 됐다. 하루에 4시간 정도 낮 시간에 일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날에는 10분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난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장갑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일을 해야 한다"면서 "날씨가 이렇게 더워지기 전까지는 참을만했는데, 요즘은 숨이 막혀서 현기증까지 난다"고 하소연했다.
택배 상자를 옮기고 있던 배송기사 한 모(55) 씨도 "하루에 14시간에서 16시간 택배 배송 일을 하고 있다"며 "날씨가 덥다고 근무시간이 줄어들거나 물량이 적어지는 것은 아닌 데다, 따로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이렇게 더운 날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여름철 더운 날씨에도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열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지난해에만 2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 질환 산재 피해자는 22명으로, 이 중 3명은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온열 질환 산재 피해자는 지난해 65명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부가 이날 여름철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열사병을 예방할 대책을 사업장에 배포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가 옥외 사업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수 없는 데다, 근무 현장이 달라지는 배달원, 배송기사 등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야외 노점상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이 같은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60대 A 씨도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도 없고,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힘든 거야 당연히 많다"라면서 "한여름에도 이러고 있다. 덥긴 하지만 직업이 이런데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님 없을 때는 마스크 벗고 있다가 (손님 오면) 또 끼고. 너무 숨 막히는 거 같으니까, 답답하다"며 "가게 가진 사람들은 에어컨 켜고, 선풍기 켜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야 이렇게 부채질하고 앉아있다. 혼자 장사하다 보니 따로 휴식을 취하거나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 실효성 문제와 관련, 이 같은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점검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폭염 대책 가이드를 내놓기는 했지만, 그 실효성은 계속해서 지적되었던 문제"라면서 "특보 발령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그것을 충분히 점검할 수 있는 고용부의 인력 상황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올해는 작년에 비해 큰 더위가 예상되고, 마스크라는 변수도 있다. 또한 폭염 특보 발령시가 아니더라도 작업 환경의 특성에 따라 온도가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해야하는 노동자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 예외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부는 여름철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옥외작업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고용부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지침'을 작업 현장에 제작·배포하는 등 오는 지난 4일부터 9월11일까지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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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침에 따르면 사업자는 노동자에게 물과 그늘, 휴식 등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주는 폭염특보 발령 시 ▲시간당 10~15분씩 규칙적인 휴식시간 배치 ▲근무시간 조정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최소화 등 휴식을 제공해야 하며, 노동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 중지를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하고 즉시 조치해야 한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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