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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감정 결핍 파고드는 친절한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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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입자' 송지효

[라임라이트]감정 결핍 파고드는 친절한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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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돌아온 동생 유진(송지효). 서진(김무열)은 며칠이 지나도 낯설고 의심스럽다. 부모(최상훈ㆍ예수정)와 딸 예나(박민하)의 긍정적 변화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집안에서 유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깊어가는 신경증. 심리적 텃새로 치부하려 하나 이상한 일은 계속 벌어진다. 오랫동안 일한 가정부가 실종되고 아내의 뺑소니 사고 현장 CCTV에서 유진이 발견된다. 서진은 다짜고짜 유진에게 따져 묻는다. "너 누구야? 너 누구냐고?"


영화 '침입자'는 유진이 가족 구성원으로 합류하면서 생기는 변화로 긴장을 유발한다. 유진에게 다른 속셈이 있는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송지효가 극 초반부터 음흉한 얼굴을 내비친다. 일부 장면에서는 상반된 표정을 모두 보여주기도 한다. 서진에게 살갑게 굴다가 뒤로 돌아서서 코웃음 치는 식이다. 엉큼한 속을 거듭 드러내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이런 전개는 배우에게 적잖은 부담을 준다. 뜻밖의 목표가 반전으로 제시되면서 이야기ㆍ주제 등에 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끌고 온 흐름까지 망가뜨려 자칫 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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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도 이런 고비에서 제동이 걸린다. 극 중후반부에 이색적 소재가 개입된 뒤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극 초반 나타나는 섬세한 심리묘사 같은 장점을 잊고 긴장 유지에만 열중한다.


송지효는 투박한 이야기 전환에도 양면성을 보여주려 애쓴다. 선과 악이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다. 후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플래시백까지 써가며 부연하지만 심층적 접근이 시도되지 않았다. 그나마 조명되는 샷도 속임수가 덧입혀져 진정성이 떨어진다. 결말에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 성격에는 부합할 수 있겠으나 배우의 표현 폭이 좁아져버렸다.

그래도 '침입자'는 송지효의 연기로 기억될 수 있다. 다양한 얼굴로 극의 중심을 잡아 충분한 긴장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대조되는 얼굴을 부드럽게 연결해 홀로 불안과 긴박을 조성한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은 연기라서 신선한 기운이 감돈다. 따뜻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야누스적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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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유진은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미영,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수연, '응급남녀'의 진희와 결이 확연히 다르던데….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밝고 긍정적인 배역만 하다 보니 정반대 배역을 갈망하게 되더라.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누가 메가폰을 잡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


-유진은 특이하게도 극 초반부터 본색을 드러낸다. 목적은 밝히진 않지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 이런 전개는 목적이 드러난 뒤 흐름이 깨질 수도 있는데….


"관객의 입장까지 고려하진 못했다. 시나리오만 충실히 따랐다. 물론 어느 지점에서 유진의 본래 모습을 드러낼지는 고민했다. 극 초반에 얼마나 본래 모습을 노출해야 긴장이 효과적으로 일어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열심히 촬영한 몇몇 장면이 삭제됐지만 아쉽지 않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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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는 유진의 친딸 여부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전사(前事)를 어떻게 설정하고 연기했나?


"시나리오에도 친딸인지 아닌지는 나오지 않는다. 각본을 쓴 손원평 감독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결론을 알고 나면 연기가 한 방향으로 치우칠 것 같더라. 유진이 직면한 상황 자체에 몰두하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픈 감정이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계속 물어보더라. 유진이 친딸이냐고(웃음).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궁금증을 자아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서진과 유진은 도입과 결말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극 중반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었을 듯싶은데….


"맞다. 그게 가장 큰 숙제였다. 어느 지점에서 배역이 변하는지 스릴러 장르에 맞게 표현해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마음고생을 조금 했다."


-아무래도 극 중후반에 나타나는 피해자로서 표현이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도 몇 가지 영화적 설정이 있었다.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이 대표적인 예다. 유진의 얼굴이 없어서 주형사(허준석)가 '가족사진을 왜 안 찍었어요?'라고 묻지 않나. 이어지는 유진의 표정과 답변에서 인간적 냄새가 나게 하려 애썼다. 서진에게는 유진이 침입자지만, 유진에게는 가족애라는 감정이 침입자일 수 있다. 그 질문에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보다 가족에게 스며들기를 바랐던 배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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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핍을 포착하고 파고드는 악랄한 얼굴이 인상적이던데….


"침입자를 연기했지만 가족 잃은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더 체감한 것 같다. 언젠가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 있겠더라. 그런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면서도 내색 없이 가정을 평안하게 이끄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드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계산적인 연기를 할 줄 모른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10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그 안의 송지효가 나와 가장 많이 닮은 배역이라서 비교적 부담이 적다. 평소 내 모습이 극대화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자유롭기까지 하다. 그 덕에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 배역을 많이 맡을 수 있었다. 이제 또 다른 이야기에 빠지고 싶다.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도 좋다. 청순가련한 배역이면 더 좋을 것 같고…."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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