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부에 비판적인 필리핀 최대 방송사가 사업면허 기간이 다했다는 이유로 방송을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와중에 진행 상황 등을 알려왔던 주요 방송사마저 방송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필리핀 국민의 재난 관련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게 됐다.


6일 필리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방송통신위원회는 ABS-CBN에 TV와 라디오 방송의 송출 중단을 명령했다. 이 방송사는 필리핀 의회에 사업 면허 갱신을 요청한 상태였는데, 의회에서 인허가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기한이 만료되자 하루 만에 방송 중단 명령 명령을 내렸다.

ABS-CBN는 필리핀 최대 방송국 가운데 하나로 TV 패트롤이라는 뉴스 프로그램을 비롯해, 드리마와 예능, 스포츠 프로그램 등을 방송해왔다.


ABS-CBN 방송은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비판적인 보도를 유지했다. 무자비한 마약 단속 과정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게 된 것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보도 내용과 관련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수차례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해당 방송국을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필리핀 법무부는 ABS-CBN과 관련해 외국인의 소유를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했다며, 대법원에 방송 사업권 취소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방송 인허가권을 보유한 필리핀 하원에는 ABS-CBN의 면허 갱신을 지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에 의해 해당 법안은 계류된 상태다.


전날 ABS-CBN 측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 ABS-CBN은 방송 중단을 명령받아, 수많은 시청자들이 뉴스와 오락을 접할 창구를 잃게 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야당은 물론 인권단체 등은 ABS-CBN의 방송중단 명령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방송 인허가권은 의회에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공을 의회로 넘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테르테 행정부는 그동안 언론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으며, 심지어 암살 가능성 등을 경고하는 일들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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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발병 상황을 집계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지금까지 968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637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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