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이 저술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라틴어로 쓰여졌다. 서양 과학 혁명을 집대성한 책 중 하나로 손꼽히며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뉴턴의 운동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등이 실려있다. 사진 = wikipedia

뉴턴이 저술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라틴어로 쓰여졌다. 서양 과학 혁명을 집대성한 책 중 하나로 손꼽히며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뉴턴의 운동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등이 실려있다. 사진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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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지난해 일본은 24번째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가 그 주인공이다. 2018년에도 면역체계를 이용한 암 치료법을 발견한 혼조 다스쿠가 생리의학상을 받으며 2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미국 다음가는 노벨상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과학기술에 대한 일본 사회 전반의 인식과 시스템은 매우 탄탄하다. 과학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학계와 정부의 정책과 풍토 역시 꾸준하고 건강하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연구궤적 또한 이러한 토양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박사 취득 후 조교로 근무하던 저자 고야마 게이타는 조교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교수임용에 낙방했다. 연구자로서 불투명해진 미래에 좌절하던 그는 모교 사회과학부에서 자연과학 전임교수를 구한다는 공고에 곧바로 지원해 운 좋게 합격했다. 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과학 전반의 지식을 가르치는 전례 없는 길에 들어선 그는 문리 융합이란 인생의 미션을 바탕으로 곧 과학사 연구에 빠져들었고, 물리학도 출신다운 독특한 시점과 접근법으로 인문학적 과학사를 간명하게 정리해 강단에 섰다. 그후 이공계와 인문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방랑자의 궤적은 명료하고 촘촘히 정리된 과학사 안내 지도가 되었다.

책은 영국 역사학자 허버트 버터필드의 ‘근대과학의 기원’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주와 빛으로부터 출발한 과학혁명, 그 서막은 지동설을 재발견한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로 이어진다. 지구는 돌고, 우주의 중심에 태양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혁신이자 전환이었지만 발상의 과정은 과학보다 철학에 가까웠다. 우주를 표현할 때 코페르니쿠스의 1순위는 미(美)와 조화였으니 말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직접 제작해 그 렌즈로 지상의 물체가 아닌 밤하늘 별을 관찰하며 ‘망원경 천문학’ 시대를 열었다. 육안으로 우주와 달을 관찰한 갈릴레오는 관측 결과를 ‘별세계의 보고’에 정리하며 울퉁불퉁한 지구 지형과 유사한 달 표면에 착안, 다른 천체와 다를 바 없는 지구의 움직임(지동설)을 주장했고 이에 천동설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김희윤의 책섶] 문과생에게 이과 출신이 들려주는 ‘과학의 역사’ 원본보기 아이콘

세계 물리학사에 한 획을 그은 아이작 뉴턴의 명저 ‘프린키피아’는 두 번의 어이없는 사건으로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 할 뻔한 위기를 맞는다. 초판이 발행된 1687년으로부터 20년 전, 이미 책의 기본 내용을 완성했던 뉴턴은 당시 왕립학회에서 선배 과학자인 로버트 훅과 광학에 대해 자신과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큰 상처를 받고 새로운 저작의 발표를 접는다.


그러던 중 동료과학자 에드먼드 핼리의 “만유인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할 경우 행성궤도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뉴턴은 즉각 ‘타원’이라 답한 뒤 “20년 전에 계산했었다”고 말한다. 아연한 핼리는 지금이라도 발표할 것을 권유했고, 뉴턴 역시 어렵사리 원고를 완성했다. 한데 당시 왕립학회는 바로 직전 출간한 책 ‘물고기의 역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바람에 출간 비용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뉴턴이 책을 못 낼 처지가 되자 부유했던 헬리가 나서 자비로 출판을 도와 프린키피아는 겨우 빛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뉴턴의 기본 역학은 300년 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에드윈 허블의 ‘성운의 왕국’, 그리고 인간 DNA의 비밀을 파고드는 ‘이중나선’까지. 과학혁명의 여진은 물리학을 지나 천문학, 생물학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34세의 나이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은 ‘이중나선’에서 과학자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자기 현시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저자는 그 기저에 과학 연구는 선취권을 건 경주이며 영예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깔려있다고 짚어낸다. 순수한 진리 탐구, 냉철하고도 초연한 학문 연구 이면의 학계와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자기 현시욕 가득한 평범한 인간이 하는 행위 또한 과학임을 저자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읽어준다. 친절하고도 직관적인 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인류 역사에 대한 유쾌한 관점과 함께 문득 실용 기술 일변도인 우리 과학계의 현실에 대한 아쉬운 고민이 함께 솟아났다. 우리는 언제쯤 불멸의 과학자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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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과학책/고야마 게이타 지음/김현정 옮김/반니/1만4800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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