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모범생인걸 왜 알아야 하죠"…'부따' 강훈 얼굴공개, '범죄자 서사' 보도 논란

최종수정 2020.04.17 13:53 기사입력 2020.04.17 12:49

댓글쓰기

일부 언론 '부따' 강훈 과거 '모범생' 등 과거 행적 보도
여성들 "n번방 사건 해결 도움되지 않아" 분통
성평등위원회 "취재 보도 과정서 피해자 보호 최우선으로 할 것"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조주빈(25·구속)을 도와 아동 성 착취물의 제작·유포에 가담한 '부따'(텔레그램 닉네임) 강훈(18)의 신상이 17일 공개된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부따'가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다는 등 과거 행적 등을 알려 '범죄자 서사 보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자 서사 보도란 가해자 중심 보도로 범행을 저지른 자가 과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리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보도는 사건 발생 원인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짚지 않아, 일종의 가십거리 보도라는 지적이 있다. 여성들은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이며, 무엇보다 끔찍한 'N번방'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평등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8시 강훈은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마스크를 벗은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서서 "죄송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한 뒤 호송차량에 올랐다. 그는 '혐의 인정하나', '신상 공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등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훈은 '박사방' 참여자들을 모집·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그는 유료 회원들이 입장료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이를 현금화해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등 일종의 '자금책'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과 함께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이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조주빈과 함께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이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범죄자 서사' 보도 'n번방' 사건 해결에 도움 되지 않아


이런 가운데 일부 매체에서 강훈이 학창시절 받은 평판과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을 상세히 보도, 피해 여성들에게 2차 가해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훈의 얼굴이 공개되기 전날 한 언론은 그가 중학교 때 공부를 곧 잘하는 등 모범생으로 지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해당 기사에는 이 같은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그의 꿈이 개발자였고, 또 공부를 잘해 모범생으로 불렸던 사실을 알고 싶지 않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0대 여성 직장인 A 씨는 "그가 모범생이었는데, 한 순간의 실수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하고 싶은건지, 도대체 왜 자꾸 가해자 중심 보도를 하는지 이해할 수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냥 이건 성인지감수성이 전혀 없는 기사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B 씨는 "조주빈 사건에서도 그렇게 그가 학보사 출신 기자라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우리는 그가 과거에 뭘 했는지 궁금하지 않다"면서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해결 방법은 없는지 이런게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은 앞서 '박사방' 조주빈 보도 당시에도 일었다. 일부 매체는 그가 학보사 기자 출신이라며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이며, 교우 관계는 원만했다는 등 그의 행적을 상세히 보도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성평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 알리는 보도와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한 보도 해야"


이에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할 것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제목으로 달지 말 것 △가해자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할 것 △피해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표현을 하지 말 것 △성범죄자가 비정상적 특정인으로 보이도록 보도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와 민실위는 "인터넷 트래픽을 위한 낚시성 기사 생산을 지양하고, 경쟁적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 얼굴, 이름, 나이, 거주지 등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제목으로 달지 말자"며 "장소나 구체적 행위 등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제목으로 관심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내용에서도 충격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범죄 행위를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들은 "가해자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남성 고유의 성적 충동' 등 표현으로 남성이 본능을 억제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몹쓸 짓', '검은 손' 등 가해 행위에 대한 모호한 표현으로 인권 침해 문제를 가볍게 인식하게 하거나 행위 심각성을 희석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성범죄를 비정상적 특정인에 의한 예외 사건처럼 보이지 않게 보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짐승', '늑대', '악마' 같은 표현에 언론노조는 "이런 용어는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라며 "성범죄는 비정상적 특정인에 의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한편 강훈은 미성년자 10대 피의자 가운데 신상정보가 공개된 첫 사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1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강 군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강훈은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우선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 군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군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피의자인 강 군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강 군의 행위,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정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매우 긴요하다"며 "강 군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