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참모들은 사석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 복(福)은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수위 없이 취임한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 장관 후보자 낙마 등의 시행착오에도 국정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었던 것은 지리멸렬한 야당 덕을 봤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와 대선 패배 후유증으로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던 자유한국당을 두고 ‘역대급 약체 야당’이라는 평가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데는 야당이 약체였던 이유도 있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여권 인사들로부터 대통령의 타고난 운(運) 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어렵다는 집권 4년차에 치르지는 총선이지만 강력한 지도자가 없는 약체 야당을 만난 ‘대진운’과 대형 악재가 될 줄 알았던 코로나 19가 호재로 바뀐 것은 대통령의 운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폭증하고 마스크 대란으로 약국 앞에 긴 줄이 이어질 때만 해도 민심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하고 비례 정당 참여를 결정했을 때 내건 명분이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한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한 여권 인사는 “절대 평가로는 B나 C 정도인데 미국, 유럽과 비교한 상대평가에서는 A를 받은 격”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코로노19에 저렇게 속수무책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 외국의 피해가 커져 국민들 평가가 급변하는 걸 보면서 대통령이 참 복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청와대 참모는 운을 타고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이끌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운도 상승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부 출범 4년차에 치른 총선에서 여당과 친문 정당을 표방한 비례정당이 180석을 차지하는 기록적인 승리를 거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의 전국 단위 선거 승리가 대통령의 운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집권 후반기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여당은 개헌을 제외한 입법 활동에서 대부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대통령은 취임 초보다 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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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직후 가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선거 승리로 자칫 들뜰 수도 있는 분위기를 다잡았다. 문 대통령은 “선거에서의 승리가 다음 선거에서 아주 냉엄한 심판으로 돌아왔던 경험을 우리는 많이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의 운이 국운으로 연결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선거 승리에 도취되지 않은 대통령이 총선 승리의 한 요인이라는 생각은 든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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