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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밀고 가라는 거냐" '민식이 법' 여파…스쿨존 인근 거주자들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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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존' 인근 주민들 '민식이 법' 위반 '불안감' 성토

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구.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

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구.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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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 스쿨존 인근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한 초등학생이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A 씨는 "민식이 법 시행 이후, 조심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애들은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예 출근 시각을 좀 앞당길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개정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단속 카메라와 신호기 설치 의무와 함께 어린이 교통 사망사고 시 최대 무기징역을 받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초등학교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평소에도 안전운전을 하고 있지만,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 법`으로 인해 징역형에 처하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아이, 그래도 운전자 잘못?


지난달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자전거와 사고 자문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파트 입구 바로 앞 스쿨존에서 자전거가 나와 피할 수 없었다면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를 공개했다.

글쓴이는 "3월28일 오후 5시께 퇴근하는 길에 아파트 입구 바로 앞 스쿨존에서 자전거가 나와 피할 수도 없이 사고가 났다"며 "사고 당시 시속은 30km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회사에서 민식이법 때문에 상황이 애매하다고 했다"며 "이런 경우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거냐"고 질문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이들은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운전자만의 과실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B(27·여)씨는 "아직 1년도 안 된 초보운전자인데 민식이법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지금까지 접촉사고도 많이 냈는데 이제 학교 앞은 지나가기 너무 무섭다. 아이가 차에 뛰어든 거나 다름없었는데 처벌은 운전자가 받게 생겼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법이 통과된 것 같다"라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어린이보호구역 자전거와 사고 자문을 구합니다' 게시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지난달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어린이보호구역 자전거와 사고 자문을 구합니다' 게시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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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에서 기어 다니라는 말과 똑같아" 운전자들 분통


민식이법이 시행되자 스쿨존을 피해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스쿨존을 무조건 지나쳐야 하는 운전자 또는 인근 거주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에서 신호 지켜서 횡단보도 건너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 아이들도 주변 둘러보고 차 안 온다 싶으면 무단횡단을 한다"며 "민식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다치면 무조건 운전자의 잘못이면 아파트 입구부터 내려서 차 밀고 다니라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는 누리꾼은 "과속도 하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한 곳이 단지 스쿨존일 뿐인데 운전자가 너무 억울한 상황이 많아질 것 같다"며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아이를 어떻게 피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장인 C(28·남)씨는 "오죽하면 스쿨존을 피해 가는 내비게이션이 나왔겠냐.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교통사고의 과실을 전부 운전자에 떠넘기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법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너무 엄격해서 스쿨존을 기어 다녀야 할 정도로 두렵다.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부 D(50·여)씨는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단지를 빠져나오면 바로 스쿨존이 있다"며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거나 과속을 했을 때 발생한 사고는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 맞지만, 아이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해서 발생하는 사고를 운전자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워본 부모 입장에서 공감되는 것도 알고, 보행자로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그렇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매일 집 주변에서 안전운전을 해도 언제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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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개정해야" 국민청원 올라와


민식이 법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민식이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 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극구 반대를 하며 조속히 개정하기를 청원한다"고 했다.


그는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나는 점 ▲어린이 보호 구역 내의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가 지는 것이 부당한 점 ▲입법권 남용과 여론몰이가 불러온 엉터리 법안인 점 등의 이유로 개정을 촉구했다.


청원인은 "혹자는 민식이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생겨나야 반대여론이 생기면서 청원도 이루어지고 국회도 그때 가서 개정될 것이라고 말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법으로 인해 생긴 피해자들은 누가 구제해주며 그들의 가족은 누가 책임지겠나. 법의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2일 오후 1시10분 기준 28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전문가는 민식이 법 논란에 앞서 일단 관련 법규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유튜브를 통해 "제한속도 시속 30km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경우에 따라 제한 속도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km로 가더라도 운전자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다고 하면 그건 처벌 대상이 된다"며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제한속도를 지켰어도 민식이법 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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