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선친별세…한일관계 악화·코로나19·경영권분쟁 까지
스킨십·실적으로 여론업고 1차전 완승
장기전 불가피…코로나19 위기 속 실력 발휘해야

[사람人]경영권분쟁 1차戰 완승…"이젠 코로나19 극복 실력발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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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지난 1년은 그에게 대내·외적으로 '한 반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몰려온 한 해 였다. 선친이 예기치 못하게 작고하면서 총수직을 승계했지만, '반기'를 든 손윗누이는 외부의 제3세력들과 손잡고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다.


그 사이 외부 경영환경도 악화일로였다. 한·일분쟁으로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수익성이 급락했고, 올해 초부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감 80~90%가 떨어져 나갔다. 모두 조원태(45·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1년 동안 겪은 일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서 승리를 거둔 조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일명 3자연합)과의 장기전이 불가피한 가운데, 조 회장에겐 코로나19 국면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해 임직원 및 주주를 우군(友軍)화 해야 한단 과제가 주어졌다.


◆갑작스런 대권 승계 속 악재 다발 =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사령탑에 올라 선 것은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이 작고(2019년4월8일)한 지 약 보름만인 지난해 4월24일 이었다. 갑작스런 최고경영자의 유고로 경영권 안정이 시급했던 한진그룹으로선 빠른 3세 체제 안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975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 회장은 지난 2003년 한진그룹의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4년 10월에는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 항공사 경영에 필수적인 핵심부서를 두루 거쳤다.


조 회장은 이어 2014년엔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 2017년엔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각각 승진했다. 항공업계에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의 취임 직후 한진그룹은 격랑에 휘말렸다. 그해 7월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여행 불매운동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급격한 수익성 저하를 겪기 시작했다. 일본 하늘길에서 발생한 공급과잉이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확산돼서다. 올해 초부턴 코로나19까지 업황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공항 계류장에 주기된 상태고, 여객기 운항편수 역시 80~90% 이상 줄어들며 위기에 처했다.


조 회장을 가장 옥 죈 것은 누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필두로 한 3자연합의 경영권 장악 시도 였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손아랫누이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힘을 보태긴 했지만, 양 측의 지분격차는 한 때 1%포인트 내외로 줄어드는 등 한진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스킨십·흑자경영 발판…여론 업고 1차전 승전 =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선택한 것은 임직원과의 '스킨십'이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에도 복장자율화, 점심시간 자율선택제 등 직원친화적인 근무제도를 도입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장 상징적 사건은 중국 우한(武漢)에 갇힌 우리 교민들을 수송하기 위한 전세편에 조 회장이 동승했던 일이다. 당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내에서 만난 조 회장은 "직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해서 가는데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임직원들의 여론은 조 회장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룹내 3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조 회장 체제 지지를 선언했고, 그간 '땅콩회항 사건(대한항공 KE086편 이륙지연 사건)', '물컵 갑질 사건'으로 싸늘했던 여론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냈던 호실적도 한 몫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일본여행 불매운동의 여파로 모든 국적항공사가 적자를 낸 가운데 유일하게 2500억원대(연결기준) 흑자를 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의결권 자문사의 조 회장 연임안 찬성권고와 더불어,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조 회장 재선임안 찬성 표결에도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 결과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 재선임에 성공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들도 전원 선임됐다. 반면 조 전 부사장 등 3자연합이 추천한 후보들은 모두 허들을 넘지 못했다.


조 회장도 자신의 재선임을 도운 여론과 관련 "이번 주총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속에 치러졌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이 정상화 되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욱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분쟁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경영능력 입증을" =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본 게임은 이제부터'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자연합은 한진칼 지분율을 42.74%까지 확대했다고 1일 공시했다. 비록 1차전에선 '완패'했지만, 향후 임시주총이나 내년 정기주총을 통해서 벌어질 2차전은 포기하지 않겠단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조 회장으로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다. 최대 우군인 델타항공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로 더 이상의 백기사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른 백기사를 찾거나, 묘수(妙手)를 찾아낼 수 밖에 없다.


그런만큼 업계 안팎에선 조 회장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에서 확고한 경영능력을 입증, 경영권 분쟁의 명분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진칼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침을 결정할 당시 조 회장 체제 하의 대한항공이 지난해 전체 국적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영향을 줬던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도 조 회장이 어떤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 체제의 대한항공도 본격적 자구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호텔사업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군에 대한 재검토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침체 여파가 최소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인력 조정계획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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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역시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 임직원들과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이나 산업군만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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