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당한 것은 빌린 자전거를 반납한 직후였다. 교토의 가모강 상류 가모 대교 근처 강변 산책로였다. 한강의 두물머리처럼 두 물줄기가 Y 자로 합쳐지는 곳이었다. 시원한 강줄기에 하늘엔 커다란 매가 빙빙 돌고 있었고 까마귀들은 소리 내며 쫓기듯 날고 있었다.
자전거로 교토를 구석구석 돌아다닌 터라 허기졌다. 자전거를 반납하기 직전에 산 손바닥 크기의 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내용물이 떨어지지 않게 꼭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툭'하며 치는가 싶더니 손에 있던 빵을 낚아채 갔다. 독수리만 한 커다란 매였다. 내 손엔 그 빵을 싸고 있었던 투명 비닐과 빵의 내용물인 계란마요만 조금 묻어 남아 있었다. 내 손아귀에서 알맹이만 쏙 빼간 것이다. 다행히 손은 다치지 않았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졌던 일이라 놀란 가슴은 시간이 지나도 진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인간들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점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아프리카 초원에선 태어난 지 몇 시간 뒤부터 뛰어다니는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태어난 지 열두 달이 지나도 빽빽거리고 울기만 한다. 한창 때도 제대로 뛰질 못하고 내 발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일이 허다했다. 우리가 동물들과 달리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인류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다. 그럼 머리가 좋냐고. 배운 것에 한해선 그럴지 모르지만 배우지 못한 부분에선 동물과 하등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아무 것도 못할 정도다.
도무지 문제의 답을 알아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퀴벌레는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IQ가 340까지 치솟는다는 연구가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위급한 상황이 오면 IQ가 오히려 '제로'에 가까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 사피엔스가 돌을 던져 맞출 수 있는 동물은 오직 사피엔스뿐이라고 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일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인류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끔 했을까. 다른 동물들이 감히 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는 서로를 믿고 같은 목표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협동했다는 점이다. 즉, 다른 동물들이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협력이다.
만약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에서처럼 모든 새가 협력해서 인간을 덮치면 우리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영화 '조의 아파트'의 바퀴벌레처럼 수만 마리의 바퀴벌레 떼가 협동해서 변기 뚜껑을 열고 집안을 점령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왜 동물들은 협력하지 않는가. 왜냐하면 협력하면 누군가는 희생을 당하기 마련이며, 그 희생되는 누군가가 바로 자신일 수 있어 절대 협력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개미나 벌 같은 곤충들은 집단을 위해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희생을 하는 개체, 예를 들면 '자기 배를 커다란 항아리처럼 늘려 꿀을 모으는 단지로 쓰는 개체'에겐 확실하게 체계적인 보상을 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닌 최고의 능력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난데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습격으로 우리의 생존이 위태롭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인류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희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과 관계자들의 희생 말이다. 숭고한 희생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희생엔 분명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희생 옆에 기생하며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협력을 방해하는 거짓말과 행동들, 이런 동물과 다름 없는 이기적인 행동들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