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 '불량품' 인증한 정부‥中·日 경쟁사 '먹잇감' 됐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주상돈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을 조사해 온 민관합동조사단이 4건의 사고에 대해 '배터리 이상'이란 결론을 내면서 ESS 분야 세계 1, 2위인 한국산 배터리에 '불량품'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래 성장 산업에서 한국 정부가 되레 우리 기업들을 경쟁사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ESS화재 2차 조사단이 지난해 8월 이후부터 10월까지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와 관련해 '배터리 이상(4건)'과 '외부 이물 접촉(1건)'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추정만으로 '불량품' 판정한 한국 조사단

조사단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할 때 나타나는 용융(물체가 녹아 섞이는 현상) 흔적이 발견됐거나, 배터리 보호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기록 등을 종합해 '배터리 이상'이란 결론을 내렸다. 특히 최고 충전율을 95% 이상으로 과도하게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합쳐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재철 공동 조사단장(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은 "배터리 이상이 추정된다고 하는 것은 배터리를 제조할 때에 일부 배터리에서 조금씩 문제가 있었던 점과 과충전, 과방전, 저전압 등 운영상의 문제가 합해져 앞으로 (해당 배터리를) 계속 쓰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즉시 "배터리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며 "개연성과 추정만으로 '배터리 이상'이라 결론짓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잘못된 결론"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최종 결론으로 업계에 추가적인 소명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韓ㆍ中ㆍ日 치열한 수주전, '블랙메일' 악용 우려

업계는 이번 발표가 해외사업 수주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SDI와 LG화학은 ESS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두 기업을 합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그만큼 경쟁사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가 많고 유럽 등지에선 한국 배터리 편중현상에 대한 우려 여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이번 최종 조사결과가 배터리 이상으로 나오면서 글로벌 수주전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글로벌 수주전에서 이번 결과가 상대회사를 헐뜯는 '블랙메일'의 소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SS부문은 BYD(중국), 소니(일본) 등 경쟁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맹공을 펼치고 있다"면서 "유럽, 미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한국 조사단의 이번 결과를 경쟁사들이 수주전에 악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해외 고객들이 정부 조사 결과를 보고 배터리를 사지 않겠다고 할 수 있다"며 "같은 배터리로 해외에서는 불이 나지 않는 사실을 보면 배터리 결함이 아닌데도 배터리에 책임을 돌려 시장에 막연한 불안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삼성SDIㆍLG화학, 기술력으로 '정면승부'

배터리업계는 결과 여부를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삼아 ESS 안전성을 담보하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2017년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한해 전량 자발적 교체를 진행키로 했다. 또 자체 개발한 특수소화시스템을 ESS 현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ESS 안전성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현장 전수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추진 중인 특수 소화시스템 설치도 올 상반기 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선 기존 거래선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된 제품 설계와 기술력으로 '정면승부'를 택하기로 했다.

AD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배터리 설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이런 부분들을 거래선에서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돌파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