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2020년, 한반도 정세 중대 고비들
북한이 이례적으로 1월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연설을 생략한 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향후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공언했던 소위 '새로운 길'의 초기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태도 변화 전까지는 억제력을 강화하고 자력부강하는 '버티기'의 길이다. 북한은 '정면돌파전'으로 명명했다. 우려했던 핵·미사일 시험 재개나 북·미 대화 완전 중단과 같은 '선언'은 없었으나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여러 차례 강조해 향후 미국 태도에 따라 위기 수준을 높일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일단 초기에 드러난 '새로운 길'은 과도적 성격이 짙다. 당장 계획된 일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계획을 집행하는 정해진 길이 아니란 얘기다. 미국의 태도, 주변 정세, 한국의 역할 등 상황에 대응하며 준비한 옵션과 아이템을 추가, 변형, 가감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대조선 입장'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태도는 그만큼 향후 1년간 정세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국내외 정치상황, 중·러와의 협력, 중국의 중재 역할, 한국의 총선과 남북관계 개선 노력 등이 주요 변수다.
결국 북한은 잠정적으로 '관망'과 적절한 '긴장', '기회' 포착이라는 과도적 기다림을 선택했다. 그것을 '교착상태의 장기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저 침묵만하며 지켜보는 길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무기의 공개를 예고한 것은 향후 미국의 태도와 정세에 따라 위협의 레버를 올리며 가겠다는 얘기다. 향후 1년간 미국과 한국,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변수들, 그리고 보이는 '지뢰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우선 올 1~2월이 중대 고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원 탄핵심판, 미국 국무부 대북협상 진용의 정비, 2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한 미국 재선 레이스 등이 변수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과 긴장을 선택하면서 중동 문제가 급부상했다. 중동이 대미 결사항전에 나설 모양새다. 북·미 협상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탄핵이 봉합돼도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고 대외정책 성과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생채기만 남긴 미·중 무역전쟁, 얻은 게 많지 않은 모양새다. 국제경제만 안 좋게 했다는 비난 일색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정상들과의 껄끄러운 갈등도 미국의 리더십에서 보면 '과실'이다. 가장 큰 변수는 언제, 누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다. 이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이 '장기전'을 선언하며 '관망' '긴장' '기회' 엿보기의 길을 택한 것은 미국발 불확실성 때문이다. 통상 3월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은 최대 고비다. 그전까지 미국과 한국의 적극적 메시지가 없다면 3월은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 디스플레이 수준이 그 위기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러시아제 대공미사일 S-400을 도입했다는 이유로 터키는 미국에 경제제재를 맞고 있다. 북한이 이 문제적 무기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다탄두미사일(MIRV)도 가능하다. 2017년 이란은 다탄두미사일 '호람샤르' 실험 성공을 알렸는데, 이 무기는 북한의 무수단미사일 기반이다. 이미 다탄두미사일 개발에 한창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란 미사일 커넥션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의 잠수함 발사 모습 공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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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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