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무역합의로 원화 반짝강세…12월 절상폭 주요국 중 최대
1단계 무역합의 이후 보름간 원달러 환율 2.5% 하락
달러화 약세 영향…유로·파운드화보다 절상 폭 커
무역전쟁 당사국인 위안화보다 무역전쟁 영향 많이 받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내내 약세를 보였던 원화가 최근 한 달간 바짝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통화들 중에서도 단연 강세를 보였고,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탄력이 붙으면서 강세를 보인 유로화·파운드화보다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3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9년 12월 한 달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약 1.82%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가치 절상을 의미한다.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약 5%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원화가 달러대비 급등세를 보인 셈이다. 12월 원화강세로 연간 환율상승 폭이 희석되며 지난해 연간 원달러 환율은 3.55% 올랐다.
지난달 특히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영향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특히 무역전쟁 결과에 따라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무역전쟁이 심화했던 지난해 8월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외 이슈에 원화가치가 급락세를 보였던 만큼, 긍정적 이슈에도 크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르렀다고 미국 측이 발표한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이후 약 보름간 원달러 환율은 2.59% 떨어졌다.
사실 12월 달러화 약세로 인한 통화가치 상승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1단계 무역합의 기대감, 앞으로 무역합의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줄어들자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말 100선을 위협하던 달러화지수는 현재 96선까지 떨어졌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들도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12월 한 달간 유로화는 1.78% 절상됐고, 영국 파운드화 역시 달러화 대비 1.59% 절상됐다. 일본 엔화는 0.58% 절상됐다. 특히 파운드화와 유로화는 브렉시트 관련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서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가시고, 향후 브렉시트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이슈와 함께 움직이는 아시아 통화들도 대부분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대비 환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달러대비 환율이 1.63% 떨어졌고, 인도네시아 루피아(-1.17%), 싱가포르달러(-1.26%), 대만달러(-1.14%) 등도 달러대비 환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 위안화의 달러대비 고시환율은 같은기간 1.1% 떨어졌다.
그러나 주요국 통화의 절상 폭은 모두 원화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원화가 특히 무역전쟁 등 대외 이슈에 크게 움직이는 이유는 중국과 같은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바스켓 환율을 고려해 기준환율을 산정, 고시한다. 반면 한국은 시장원리에 따른 시장평균환율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복수통화 바스켓에 비해 더 시장원리를 반영한 만큼 대외 이슈에 따른 변동성도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던 만큼, 올해 1분기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초에도 글로벌 경기 저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은 글로벌 약달러를 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화에 부담을 미쳤던 무역전쟁이 1단계 합의로 완화하면서 신흥국 통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부과한 관세 철폐 문제 등이 남아있어 완전한 봉합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향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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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달러화 약세 추세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글로벌 금리 및 통화전략가는 "일반적으로 12월에 봤던 달러화 약세 추세가 새해 들어 다소 꺾인 것 같다"며 "영국이나 유럽 지표가 인상적이지 않았고, 따라서 몇 주 전까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영국과 유럽경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4원 오른 1158.5원에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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