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美中무역전쟁 리스크 올해도 여전…유럽으로 번진다"
나리먼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
1단계 합의로 일시적 휴전 이뤘지만…합의안은 아직 미공개
향방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 여전, 각국 적대감 다시 높아질 수 있어
트럼프 무역전쟁 칼끝 유럽으로
이미 제로금리 도입한 유럽, 무역전쟁 땐 충격 더 클 듯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2020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정책적 실수, 특히 무역 정책 실수다. 무역 전쟁으로 인한 적대감은 다시 고조돼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유럽 같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
나리먼 베라베시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해를 맞아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의회 예산국과 펜실베이니아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S&P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하면서 환율과 국제 유가 등 국제 문제에 정통한 거시경제 전문가다.
그가 인터뷰에서 강조한 리스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확실성'이다.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는 만큼 휴전 의지를 밝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이 담긴 합의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아 무역 정책 향방을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무역 전쟁은 일시적 휴전을 이뤘지만 그럼에도 각국의 적대감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관세와 무역 조치가 무역적자 등 미국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고 믿는 듯한데, 이는 경제성장과 금융 변동성에 매우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 뽑은 무역 전쟁의 칼끝은 중국에 이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 에어버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본 만큼 보복하겠다고 선언했고, 75억달러(약 8조6000억원) 규모의 유럽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유럽 각국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했는데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보복하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협정(USMCA) 타결에 마침표를 찍고 미ㆍ중 무역 전쟁에 잠시 쉼표를 찍은 것은 새해 EU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새해에도 세계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發) 무역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이미 제로 금리를 도입한 상황이고 경제성장률도 낮아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전쟁으로 중국과 선진국에서 성장 둔화세가 이어지는 것은 한국 경제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꼽기도 했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성장 둔화세는 곧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을 사이에 둔 북ㆍ미 핵 협상 등 지정학적 이슈도 올 한 해 한국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할 수 있어서다.
그는 미국 주도의 무역 긴장과 갈등은 이미 세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보호무역 장벽 수준이 낮아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글로벌 룰은 이미 변화했고, 앞으로 더 많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붕괴 현상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를 통한 무역 분쟁 해소보다 양자협정을 선호하는 만큼,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다자협정 자체가 무력화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이른바 '스트롱맨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를 번영시킬 수 있었던 규칙과 조약들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다"며 "강자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좀 더 예측 불가능한 것 같다. 이는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에 분명한 악재"라고 강조했다.
무역 전쟁에도 현재 경제 지표는 선전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1%를 기록했고 추락하던 각국 제조업 지표도 반등하고 있다.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제 몫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침체 위기를 감지한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정책으로 돌아서는 '유턴'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동안 이어지던 세계적인 통화 완화 사이클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한 '보험성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만큼 올해는 추가 금리 인하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이상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덜 위험하다고 본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좀 더 복잡한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ECB 내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는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그는 불확실성에도 2020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30%에서 20%로 낮췄고,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2.5%에 그치지만 내년에는 2.7%로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