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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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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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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27일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지난해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도입한 이후 주주 가치 제고를 통해 기금의 장기 수익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을 담당하는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책임 있게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라 평가할 수 있다.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은 기금운용본부가 기업과의 대화를 계속했음에도 개선이 없는 기업에 한정된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배당 정책 수립, 임원 보수 한도의 적정성 등에 해당하는 중점 관리 사안과 예상하지 못한 기업 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발생한 경우로 나뉜다. 그 절차 역시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 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개선이 없는 기업에 대해 수탁자책임위원회와 기금위의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실행하게 돼 있다.

연기금뿐만 아니라 블랙록 등 대형 운용사의 주식 운용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소극적 투자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소극적 투자라고 단순히 주가지수만을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기관들은 장기 투자자로서 투자 대상 기업과의 적극적인 주주 대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운용 성과를 향상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소 늦었으나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 대화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적절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안에 대해 재계는 5% 룰 개정과 맞물려 향후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이 심해질 것이라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확대가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고 경영에 간섭하는 속칭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우선 현재 가이드라인하에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이 되는 사안들은 일상적인 경영 활동과는 무관하다.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 같은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제한적인 사안에 대해 발동되기 때문에 이를 경영 간섭이라 보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확대가 언급될 때마다 등장하는 연금사회주의는 원래의 의미와는 정반대로 쓰이는 용어다.

연금사회주의는 피터 드러커가 1976년 출간한 저서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그는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근로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된 기업연금이 주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근로자들이 주주로서 기업의 주인이 되는 현상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통적이고 정확한 사회주의의 정의는 근로자들이 생산 수단을 소유하는 체제다. 그렇다면 미국은 세계 최초의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라고 선언했다. 즉 원래의 연금사회주의는 공적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 통제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의미이며 드러커가 뜻하는 연금사회주의에 도달하려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규모가 700조원을 웃돌고 국내 주식 보유 금액 역시 120조원을 넘게 되면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 수도 300개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바와 같이 국내 기업의 내부 지분율이 50%를 웃돌고 있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 재정 건전성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도 많으나 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국민연금이 현재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연금을 지급하는 상황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벌어지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로서 기업 가치 제고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는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우려의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상호 간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 가능 경영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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