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 한국선 연례 행사, 독일선 2~3년에 한번
친환경 표방 라이프치히 공장, 풍력발전 4기 돌려 전기차 생산
근로자 중심 공정으로 작업 효율 UP
근로시간계좌제 연간 300시간 유연 근무…생산 변동에 유기 대응 가능

BMW 라이프치히 공장 직원들이 협동 로봇과 함께 차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 직원들이 협동 로봇과 함께 차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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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베를린(독일)=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고속열차(ICE)를 타고 한 시간 반 달려 도착한 작센 주 최대 도시 라이프치히. 역에서 차로 20여분 이동하자 저 멀리 초대형 바람개비 4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분명 자동차 공장에 왔는데 풍력발전기라니…' 의아한 표정을 읽은 그가 먼저 입을 연다. "이 공장은 친환경을 표방합니다. 부지 안에 있는 풍력발전 4기로 친환경차 i3와 i8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을 100% 충당하지요."


지난 11일(현지시간) BMW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만난 율리안 프레드리히 대외협력 및 홍보 총괄의 얘기다. 신선한 첫 인상을 안고 작고한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중앙 건물에 들어서자 자동차 공장에 온 것이 맞나 싶은 착각이 또 한번 스친다. 칸막이 없는 널찍한 사무 공간에서 간편한 옷차림의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또 자유롭게 식사를 하고 바로 옆 통유리 너머 연구소 연구원들은 차량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압권은 머리 위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다음 공정을 향해 움직이는 차체다. 프레드리히 총괄은 "커뮤니케이션(소통)을 주제로 지은 건물"이라며 "동료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고 작업 간 거리가 짧아 도움을 원하면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 협력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라고 소개했다. 기름 냄새나 차가운 기계 덩어리만 가득할 것 같은 자동차 제조사의 느낌이 전혀 아니었고 직원들 표정은 한껏 밝았다.

[해답없는 車노사관계]BMW 獨라이프치히 공장서 배우다 원본보기 아이콘


몽타주(조립) 공장 내부는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1공장과 전기차를 생산하는 2공장으로 구분돼 있었다. 특히 1공장은 라인별로 필요한 부품 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 5개 손가락(Five Finger) 구조로 설계한 점이 독특했다. 손가락 마디처럼 생긴 5개 생산 라인을 친환경 수소지게차 100대가 쉴새 없이 오갔다.

공장 내 근로자의 근무 환경을 최대한 배려한 흔적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우선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컬래버레이션 모델을 도입해 작업 효율을 높였다. 160대 로봇이 팔을 쭉쭉 뻗어 i3 모델용 파노라마 루프를 차체에 척척 끼워 맞추면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필수인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다. 공장 직원이 팔을 위로 올려 부품을 조립하는 무리한 작업을 하지 않도록 차량을 회전하는 방식도 적용해 근로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작업 시간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공장 내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프레드리히 총괄은 공장 근무 중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안 되죠(Of course not)"라며 "공장 내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돼 있어 근무 시간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사용은 불가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노사가 서로 배려하고 노조 집단이 아닌 노동 자체를 존중하는 근무 문화는 노동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비결이 확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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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 고용이 필수다. 프레드리히 총괄은 "기간제 근로자 활용은 법적으로 48개월(4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48개월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는 좋은 평가를 받은 직원으로 인식돼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숙련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약 140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돌려주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기본급은 같고 상여·성과급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근로 시간은 한국이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규정한 반면 독일은 주당 평균 35~38시간을 일하고 하루 연속적으로 1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근로 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연간 300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면서 생산 변동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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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최고 수준인 BMW 공장의 노동 유연성은 자연스레 생산 유연성으로 이어졌다. 프레드리히 총괄은 "(한국과 달리) 물량 증산 여부는 철저히 경영진이 결정하면 노조는 이를 따른다"면서 "공장별 특정 모델 배정 여부는 생산 능력과 생산 구조, 기존 생산 모델과의 유사성, 세금, 국가별 관세 등을 전략적으로 기술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BMW X5의 경우 중국 내 생산을 검토 중이나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 협상에 따라 변동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라이프치히 공장에 있는 배터리 스토리지 팜. BMW 전기차 i3의 폐배터리를 수거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저장, 활용하는 공간이다. 현재 700개를 보유 중이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라이프치히 공장에 있는 배터리 스토리지 팜. BMW 전기차 i3의 폐배터리를 수거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저장, 활용하는 공간이다. 현재 700개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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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장 견학에 동행한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BMW 라이프치히 공장을 둘러본 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재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노사 관계 안정과 노동·생산 유연성 회복을 꼽았다. 정 회장은 "노사 협상을 매년 할 것이 아니라 독일(2~3년), 르노(3년), GM(4년) 등 해외 선진 업체처럼 3~4년 단위로 해 노사의 열정과 에너지를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쏟도록 하는 것이 한국의 차를 세계 최고로 만드는 길"이라며 "경기 변동에 대응해 비정규직 제도를 활성화하고 하도급 대체 인력 투입도 합법화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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