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공서열·종신고용 시대의 종말?…게이단렌, 고용제도 재검토 지침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을 핵심으로 하는 일본형 고용제도가 서서히 막을 내릴 전망이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내년 중점 과제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와 종신고용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현 고용제도로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력 확보조차 어렵다면서 고용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최대의 경영 자원은 인력으로, 개인의 동기부여와 도전을 뒷받침하는 처우와 근로방식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우수 인력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급여 등 보상 구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게이단렌은 이와 관련해 내년 1월 말 춘계 노사교섭 지침인 '경영노동정책 특별위원회 보고' 사항을 발표한다.
게이단렌은 내년 지침서를 토대로 고용체계 자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일본식 고용제도를 전제로 기업을 경영하는 게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늘고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방안은 IT 등 디지털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존 급여체계로는 인재를 끌어들이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나왔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에 따르면 자국 내 IT 인력 평균 연봉은 전체 산업 평균의 1.7배다. 이는 인도(9.2배), 중국(6.8배)보다도 낮다. IT 인력에 대한 투자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는 고질적인 일본의 고용제도를 재검토하는 방안이 지침서에 포함된 배경에 나카니시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우수한 인력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급여 등 보상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카니시 회장은 당면 과제로 '디지털 인력 확보와 육성'을 언급했다. 게이단렌의 지침서에는 "현재의 고용제도로는 (인력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없고 해외로 인력 유출 리스크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단렌은 지침에서 상시채용을 확대하고 직무에 따라 임금 격차를 두거나 성과에 비중을 둔 승급제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자 등과 같이 고급 인력의 직무를 명확히 하는 '작업형 일자리'를 늘려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급여를 높이고 노동 시간을 제한해 '고급 전문가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게 유익하다는 점도 명시키로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과거 고용제도 개편은 노조 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면서도 최근 일본의 인력 부족 문제와 경제의 디지털화로 인한 수익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노사가 변화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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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단렌 전 회원사가 이 같은 지침을 도입하진 않겠지만 경제계에서 전반적으로 노사가 고용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게 지침의 의도라고 게이단렌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의 경우 게이단렌의 지침을 반영해 향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같은 전문가 채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공이 아닌 직무 중심의 인사 제도를 본부장급 이상으로 우선 도입한 일본 장비업체 후지쯔는 내년 이후 이 제도를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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