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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침묵은 중립 아니다 가짜뉴스와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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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시아경제 최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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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나치 독일 정부에서 선전부 장관으로 '선동의 거장'이란 평가를 받은 요제프 괴벨스는 "거짓말은 한 번 하면 거짓말로 남지만 천 번 하면 진실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권력 유지를 위해 거짓말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는 포퓰리스트 권력자들에게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대중의 공포감을 교묘하게 선거 캠페인에 활용해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구설에 올라 지지도를 높이는 전형적 '노이즈(Noise) 마케팅'의 대가다.


이 과정에서 쏟아낸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은 미국을 넘어 세계까지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멕시코가 사람들을 보낼 때 최고는 보내지 않는다"며 "미국에 들어오는 멕시코인들은 마약과 범죄를 가져오는 강간범들"이라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권력층, 거짓을 진실이라고 강변…기득권 지키려 대중의 분노ㆍ두려움 악용=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트럼프의 막말은 거침이 없었다. 불법 이민자들을 '동물'에 비유하고 아프리카 이민자 유입에 반대하면서 "미국이 왜 거지소굴(Shithole)에서 오는 사람들을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유엔(UN) 주재 아프리카 국가 대사들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트럼프는 자기에 대한 비판적 미디어나 보도를 두고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미디어는 흥행성 있는 트럼프를 열심히 활용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에게는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되는 이른바 '트럼프 현상'이 나타났다.


기자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저널리즘과 국제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저자는 트럼프 현상이 지구촌 전반에 '탈진실(Post-truth)' 현상까지 확산시켰다고 진단했다. 언론사의 팩트체킹 소홀,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기의 확산, 정치인들의 무책임과 도덕불감증, 테크기업의 탐욕, 그리고 대중의 무지와 무관심이 함께 탈진실 사회를 만들고 말았다는 것.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을 선정했다. 옥스퍼드가 해석한 탈진실이란 여론 형성에서 객관적 사실의 영향력이 개인 신념이나 감정의 영향력보다 덜한 현상이다. 사실보다 개인의 감정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트럼프처럼 대중의 인기와 감정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들이 미디어를 향해 "넌 가짜야!"라고 윽박지르는 '가짜뉴스 시대' '탈진실의 시대'가 도래하도록 만든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제공했다고 못 박았다.


◆언론, 일부 사실에 추정ㆍ바람ㆍ거짓 얼버무려 '진실'이라고 호도= 저자는 "지구촌 가짜뉴스 현상은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권력을 가진 이들이 부끄러움을 모른 채 거짓을 진실이라고 강변해온 탓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우려했다. "그들은 기득권을 지키고 권력을 확대하고자 대중의 분노와 두려움을 악용했고, 결국 세상은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낼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 자유, 인권, 정의 등의 가치가 무참히 희생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이들만의 문제일까. 언론은 죄가 없을까. 저자는 "정치적 편향성에 갇힌 채 세상을 외눈으로 바라보는 실책을 거듭했다"고 언론을 채찍질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실의 검증과 진실의 전달이란 소명에 소홀하고, 장삿속에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를 내보내는 동안 음모 이론들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진실의 수호자라 불렸던 저널리스트들은 극도의 불신을 받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치 고해성사 같은 팩트 폭격은 울림이 깊다. "일부 사실에 추정, 바람, 그리고 거짓을 적당히 얼버무려 '진실'이라고 호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존의 보도 프레임(틀 또는 시각)에 배치되는 사실이 나타났을 때에는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기도 했다"고 저널리스트들의 가슴에 기관총을 마구 쏘아대는 것 같다.


◆독자, 자기에게 불편한 진실 응시할 용기 없어 '편가르기' 앞장= 미디어 이용자들, 독자(시청자)들도 저자의 융단폭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는 "자신에게 불편한 진실에 정면으로 응시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서 "이념, 지역, 종교, 인종 등을 잣대로 편을 가르고 스스로 온라인 내전에 뛰어들어 전사가 됐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국경없는기자회(RSF)의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저널리즘, 국가 선전, 광고, 기득권층이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내는 정보, 근거 없는 소문, 스폰서를 받은 콘텐츠, 허위 정보 등 각종 정보가 정글에서 뒤엉켜 있다"면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정보 혼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시대'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해법을 향해 다가가게 해주는 방향타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가 무엇이 사실인지, 뭐가 진짜고 가짜인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가 의미 있는 주장과 선동을 구분할 줄 모른다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보호해야 할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침묵은 결코 중립 아냐, 오히려 현재 상황을 지지하는 격"…단호한 행동 필요= 일단 진짜와 가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분하고, 보호해야 할 가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기준을 정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저자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라"고 강조했다. 시민이 가짜뉴스 현상 앞에서 방관자에 머물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때 저널리즘의 복원도, 민주주의의 발전도 비로소 현실화한다는 말이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학 교수는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침묵은 결코 중립일 수 없고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지지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짜뉴스가 급속히 퍼진 것은 거짓 정보들이 인간의 본성 안에서 쉽게 촉발되는 탐욕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적 무장을 주문했다면 하라리 교수는 외적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우리 안의 탐욕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자, 이제 우리 시민이 나설 차례"라고 저자는 참전을 부추긴다. 당신은 '가짜뉴스 전쟁'에 참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가짜뉴스 전쟁, 하재식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만5800원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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