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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강·탄천 만난 도심생태하천, 전 세계 유일”…'SID 수변공간' 설계 이교석 MVRDV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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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시 청계분관에서 만난 MVRDV의 이교석 이사가 서울 강남에 들어설 국제교류복합지구(SID)의 수변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지난 5일 서울시 청계분관에서 만난 MVRDV의 이교석 이사가 서울 강남에 들어설 국제교류복합지구(SID)의 수변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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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까지 63만㎡ 규모
생태·여가문화공간 조성
서울시 공개 공모서 당선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비슷한 장소를 찾아봤는데 없었어요. 유럽에도 생태하천은 많지만 도심에선 볼 수 없죠. 도시하천은 멋진 음식점과 어우러진 인공하천일 따름입니다. 생태적 가치를 지닌 탄천이 한강과 만나는 곳에는 올림픽을 개최한 역사적 경기장까지 자리하니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장소라 할 수 있죠."


네덜란드의 세계적 설계사무소인 MVRDV의 이교석 이사(39)는 서울 강남에 들어설 국제교류복합지구(SID) 수변공간을 이처럼 정의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우러진 다발 모양의 보행교, 여러 길이 엮인 매듭 광장, 수변과 도시의 경계를 허문 곡선화된 물길….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합수부에는 2024년까지 63만㎡ 규모로 생태ㆍ여가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을 탈바꿈시킬 설계 컨소시엄의 두뇌역할을 맡은 이 이사는 한국인이다. 학부를 마치고 28세에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라 로테르담의 베를라헤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물에 관심이 많아 네덜란드를 택했다"며 "국토의 절반가량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의 생존을 위한 기술과 노하우가 이번 프로젝트에 접목됐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서울시 청계분관에서 만난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건축에 대한 지론을 거침없이 풀어갔다. 이 이사가 몸담은 MVRDV는 세계 건축계에서 '연금술사'로 불린다. 위니 마스(60), 야콥 판레이스(55), 나탈리 드프리스(54) 세 사람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 1993년 설립된 뒤 몽상을 현실에 구현하면서 주목받았다. 국내에선 용산역세권의 랜드마크 쌍둥이 타워,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등을 설계했다. 철거 대상인 고가를 공원으로 바꾼 '서울로 7017'도 이곳 작품이다. 이번 공모에선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설계를 맡은 나우동인건축사무소, 선유도 공원과 서울식물원 조경을 설계한 서안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당선됐다. 시상식은 16일 열렸다.

여러 길 엮어 만든 매듭광장
수변·도시 경계 허문 물길 등
과감함 품은 장소로 설계 도전
탄천-한강 국제설계공모당선작 'The Weave' 광장 / 서울시 제공

탄천-한강 국제설계공모당선작 'The Weave' 광장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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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 때와 달랐던 점은.

▲서울역 고가를 재생할 때는 어디 가도 고가만 보이더라. 이번에도 (탄천과) 비슷한 하천만 찾아다녔다. 냄새를 맡아보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봤는데 탄천만큼 복잡성과 독특함을 지닌 곳은 없었다. '서울로 7017'이 서울시에서 직접 연락이 온 지명 공모였다면 이번에는 관심 있는 회사는 모두 지원이 가능한 공개 공모였다.


-복원 방식을 설명해 달라.

▲한강과 탄천의 합수부는 생태 측면에서 많은 다양성을 지닌다. 생태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SID가 들어선 뒤 도시적 확장이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이곳을 사람이 진짜 머물 수 있는 공간, 거주민을 위한 장소이면서 외국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이 방문했을 때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과감함을 품은 장소로 바꾸는 도전이다.

-당선 전까지 몇 차례나 현장을 방문했나.

▲다섯 차례다. 올해 8월 말 공모 발표 직후 날씨가 무척 더웠다. 녹음이 우거진 경관 사이로 동부간선로와 올림픽로가 역동적으로 엮여 흐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큰 영감을 줬다. 우리 디자인의 주제인 '더 위브'는 그렇게 나왔다.

-철거 예정인 올림픽로 고가를 전망대로 남긴다는데.


▲서울시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 음식점ㆍ화장실 등 천변 편의시설은 홍수를 감안해 잠실경기장 높이까지 올라가야 한다. 또 고가를 철거해 트럭에 싣고 가면 상부에 공원을 만드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 차라리 일부 구간만 남겨 전망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3차원 공원이다.

철거 예정인 올림픽 고가도
일부 구간 전망대로 남길 것
탄천-한강 국제설계공모당선작 'The Weave' 이벤트 돔 / 서울시 제공

탄천-한강 국제설계공모당선작 'The Weave' 이벤트 돔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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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자전거 라이더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보행로가 자전거로와 같은 높이에 나란히 조성됐다는 사실이다. 보행자가 수변에 접근하려면 자전거로를 건너야 했다. 그래서 자전거로를 지면에서 들어 올리고 밑으로 보행자가 수변에 접근하도록 했다. 유럽에선 일반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다. 인근 교각 기둥에 자전거로를 매다는 방안도 있다.

-수변친화적이란 의미는. 한강에 적용할 때는 제한적이지 않은가.


▲예컨대 폭포 형태의 낙차공 탓에 탄천의 물고기는 한강으로 갈 수 있지만 반대로 올 수 없다. 그래서 50㎝씩 분절시켜 자연형 낙차공을 설계했다. 이렇게 되면 한강의 조수간만 차가 탄천으로 이어져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수변에는 갯버들ㆍ부들ㆍ갈대ㆍ물억새ㆍ물푸레나무 등 수생식물을 주로 식재할 것이다. 지금은 육지 식물이 주로 심어져 있다. 광장과 보행로 등은 목재나 석재로 만들 계획이다. 다만 한강은 국가하천이라 (법적 제약이 많아) 사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한강변 마리나도 그래서 단순 제안 사안이다.


-서울과 다른 아시아 도시들의 차별점은.

▲물리적 환경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서울은 단연 가장 혁신적 공간이다. 상하이ㆍ두바이ㆍ아부다비 등의 건물은 시민을 위한 실질적 공간이라기보다 부를 상징한다. 예전 아시아 '일등 도시'를 꼽으라면 도쿄ㆍ상하이가 거론됐고 지금은 두바이를 얘기하지만 서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유럽을 능가할 만하다. 토목에 집중하지 않고 아기자기하고 시민 참여를 끌어내는 작은 프로젝트 등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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