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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기술혁명 시대, 출산보다 교육혁신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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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관련 좌담회.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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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서울을 찾았던 한 외국인 경제학자가 동아시아에서 먼저 일본인이 사라지고 한국인도 사라지고 중국인만 남을 것이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열흘 전 도쿄에서 개최됐던 국제 회의에서 한 중국 발표자는 현재 필요한 간병인 인력은 1000만명인데 실제로는 60만명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했다. 그 외국인 학자가 같은 농담을 한다면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먼저 사라지고 결국 아무도 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3분기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는 0.88명으로 작년 1명 미만(0.98명)으로 하락한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신생아 수는 30만명을 밑돌 것으로 통계 당국은 예상한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동아시아, 그 가운데서도 유독 우리나라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고유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1980년대 남아 선호를 현실로 가능하게 했던 초음파 검사를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정부가 저출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2005년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하고 저출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천문학적 예산(언론에 따르면 150조원이 넘는다)을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 저출산에 대응한 정부 정책을 돌이켜 볼 때 정부의 무능 탓보다는 애당초 감당할 수 없었던 과제에 매달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우려에도 정작 출산에 대한 부모 신대의 생각이 다른 것이다. 이 다름의 깊은 곳에는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회의가 자리 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회의는 무엇보다도 자녀의 미래 삶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그 자녀가 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며 그 두려움의 근원은 태어날 자녀가 경쟁에서 낙오할 가능성이다.


이와 같은 부모의 두려움은 어쩌면 세상의 다른 한 편에서 제기되는 기술 혁명이 빼앗아 갈 일자리의 두려움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도 꽤 알려진 컴퓨터 공학자 리 카이 푸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대부분 일자리를 대체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본 소득에 의존하는 시대가 온다는 마치 미래 공상 소설과 같은 예측을 내놓았다.


기술 진보가 고용에 미치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는 신(新)노동에 대한 새로운 수요보다는 불필요해진 구(舊)노동을 더 많이 배출했다. 자동화가 고용을 줄이고 분배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 삶이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다.


한편 경제학자들은 '고령화 →자동화'의 인과관계를 규명했다.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 경제 활동 인구 비중이 감소해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로봇과 같은 자동화가 한국,일본,독일 등 인구학적 변화가 크게 일어나는 나라들에 집중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고령화는 1950년대 녹색 혁명에서 비롯했다. 농업 부문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자 다른 산업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됐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출산율이 하락하는 인구 구조 변화도 뒤따랐다. 이 모든 것은 생산성 향상으로 가능하게 됐다.


기술 진보와, 기술 진보에 따른 인구학적 대응이라는 인과관계를 생각해 보면 저출산은 부모세대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저출산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기술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신노동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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