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일 태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콕 센트럴월드 쇼핑몰에서 열린 '브랜드K 론칭쇼'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지성 브랜드K 홍보대사 등과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로 육성하려는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사업 '브랜드K'의 예산이 턱없는 수준으로 책정돼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대통령까지 홍보에 열을 올릴 만큼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결국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관계기관들에 따르면 내년도 브랜드K 예산은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당초 여당이 제시한 100억원 증액안에서 96% 감액된 3억7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9월 출시된 브랜드K는 3개월간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동상표 개발 예산(3억7000만원)과 유관기관 가용 예산을 활용해 제품 선정과 행사에만 1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였다. 올해는 연간 최소 5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필요한 셈이지만 내년에도 개발비 정도의 예산만 편성돼 원활한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정과제로 채택된 브랜드K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의 국내외 판로개척을 위해 국가가 제품력을 보장하는 중기부의 공동브랜드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출범 행사에 박지성 선수(브랜드K 홍보대사)와 함께 참석해 힘을 실어주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호세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지난달 박영선 중기부 장관을 만나 다른 나라들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짜봐야겠다고 했을 만큼 호응도가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출범 뒤 3개월간 39개사가 참여해 3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선정된 기업들은 태국 케이콘(KCON), 두바이 한류박람회, 스마트비즈 엑스포, 한-아세아 특별정상 회의 등에 참여해 수출길을 열어왔다.
그러나 사업 시작 3개월 만에 예산난에 부딪히면서 계획대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기부와 브랜드K 수행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내년 브랜드K 제품 선정과 매장 설립, 해외 전시회, 광고·홍보비 등으로 최소 100억원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부족분은 관련 사업과 연계해 일부 충당할 수 있지만 설상가상으로 중기부의 브랜드K 주무부서 중 해외시장정책국이 행정안전부의 신설기구 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폐지 대상으로 검토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중기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연내 브랜드K 제품을 60개 더 선정해 총 100개 제품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에는 브랜드K 선발에 오디션 방식을 도입하고, 민관·범부처 협업·통합 체계를 마련해 참여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에도 신남방지역으로 진출을 확장하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반기 내 러시아에서 브랜드K 출시 행사를 여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예산 규모는 기존에 벌인 사업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어서 앞으로의 사업 진행에 한계가 있다"며 "브랜드 사업은 인지도를 높이는 게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인지도 상승은커녕 제품을 추가 선정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선을 다해 브랜드K가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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