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고려한 '통화정책' 놓고 내부충돌하는 ECB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을 놓고 유럽중앙은행(ECB) 내부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가 통화정책에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ECB 총재의 입장에 맞서 일부 위원들은 통화정책에 '다른 목표'를 부여할 경우 물가 안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베누이트 코우어 ECB 집행위원은 "ECB가 기후변화 해결에 최전선에 나서 싸워서는 안된다"며 통화정책에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난제 중 하나지만 우리(ECB)가 아닌 정치적 과제로 남겨둬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수요의 취약성은 극복할 수 있지만, 화석 연료 자동차를 탈지 말지와 같은 소비자 선호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라가르드 총재의 방침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ECB 수장에 취임한 라가르드 총재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통화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선언하며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이나 화석연료사업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를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에 대해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해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옌스 바이드만 중앙은행 총재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에게 기후변화 리스크 측정치를 기업평가 항목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타격이 ECB가 매입하는 회사채의 장기 신용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신용평가사들이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다음달 1일 출범을 앞둔 차기 EU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당선자는 지난 27일 유럽의회가 EU집행위원단 인준을 통과시킨 직후 연설을 통해 취임 후 100일 내 기후변화,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딜'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싸우는 데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며,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EU는 내년 전체 예산의 약 21%를 기후변화 대응에 할당한 상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