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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시위에 냄비가 등장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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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중남미 국가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는 반(反)정부 시위에 '냄비'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주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에서는 수도 보고타 등에서 시위대가 냄비를 숫가락으로 두드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WSJ는 '카세롤라소(cacerolazo)'로 불리는 이같은 시위는 생활고와 정부 무능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카세롤라는 스페인어로 냄비를 뜻한다. 다만 시위 현장에서는 냄비 뿐 아니라 차 주전자, 밥솥, 샐러드집게, 국자, 주걱 등 다양한 주방 조리 기구들이 동원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이반 두케 정권의 무능과 10%대의 높은 실업률, 치솟는 교육비와 갱단에 의한 잇딴 살인사건 등에 항의하며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WSJ는 "중남미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것은 정부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냄비 시위는 콜롬비아에 앞서 에콰도르, 칠레 등에서도 등장했었다.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에 항의하는 칠레 학생들의 시위현장도 냄비소리가 뒤덮었고, 긴축 정책의 후퇴는 없다던 레닌 모레노 대통령은 냄비를 든 에콰도르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 앞에 결국 물러났다.


콜린 스나이더 미 텍사스대 교수는 "시위대는 가장 기본적인 요리 도구를 통해 매일의 일상이 투쟁에 가까울 만큼 힘겹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냄비는 각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화려한 팡파르나 힘찬 구호 만큼 효과도 크다. 거리 행진에 나서지 못해도 창문이나 발코니를 열고 시위에 참여할 수 있다.


WSJ는 "냄비 시위는 에콰도르부터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중남미 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냄비시위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64년 브라질 주부들이었다. 좌편향적 정책으로 식량난을 겪은 주부들이 냄비를 들고 나와 정부에 불만을 표현했다.


이후 시위가 확산되면서 주앙 굴라르 당시 브라질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1971년 좌파 정권이던 살바도르 아옌데 전 정권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을 몰아내는데도 냄비가 등장했다. 에콰도르에서 2005년까지 3명의 대통령이 연이어 축출될 때도 냄비시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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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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