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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감염병 유입 막아라" 바다 파수꾼 해상검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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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산검역소 승선검역 현장
바다 위 감염병 7종 철벽 감시

[르포] "감염병 유입 막아라" 바다 파수꾼 해상검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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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검역을 마치기 전까지 배에서 단 한 명도 내릴 수 없고 물건도 하역할 수 없습니다."


지난 25일 부산 중구 충장대로 국립부산검역소에서 약 20㎞ 떨어진 남외항 'N-5박지'에 정박해있는 일본선 '티나 4호'에선 승선검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검역관 2명은 우선 선박의 꼭대기 층에 위치한 선장실로 올라가 선장에게 선원 중 아픈 사람이 없냐고 물었다. 선장은 '모두 건강하다'고 답한 뒤 선박보건상태신고서, 승무원명부, 건강상태질문서, 항해일지, 선박위생관리증명서를 제출했다.

◆"의심환자 있으면 선박 이동금지"=검역관들은 이어 선장을 포함한 필리핀 국적 선원 19명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검역관 한 명은 선원들의 체온을 한 명 한 명 쟀다. 다른 검역관 한 명은 이들이 기침, 오한, 구토 등 감염병 증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최근 21일간 방문 국가는 어디인지, 해당 국가에서 병원에서 방문했는지도 물었다. 강태호 검역관은 "선원 중 의심 환자가 발견되면 즉시 검역소나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하고 선박에도 이동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의심 증상이 있는 선원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검역관들은 선장과 배 안 곳곳을 돌며 위생 상태를 검사했다. 구체적으로 주방과 식량창고, 화장실, 의무실, 약품창고에서 쥐나 바퀴벌레 등과 같은 감염병 매개체가 없는지, 식량창고와 조리실은 청결한지, 진료와 약품 반출 기록에는 감염병을 의심할 만한 게 없는지 등을 확인했다. 또 주방의 도마와 세면대, 화장실의 변기에서 검체를 모았다. 강 검역관은 "채취한 균을 배양해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50여분간 점검이 끝난 후 티나 4호에 검역증이 발급됐다. 승선 검역을 완료했다는 의미로 티나 4호의 노란 깃발도 내려갔다. 선박 구석구석을 살피느라 땀에 전 검역관들은 그제야 안전모, 구명조끼, 장갑을 벗었다. 대형 선박은 검역하는 데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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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 때마다 목숨 걸고 '줄사다리'=감염병 유입을 막아주는 검역관은 각종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승선검역의 첫 단추인 선박 탑승부터 만만치 않다. 건물 3~4층 높이의 선박에 타기 위해서는 좌우로 흔들리는 줄사다리를 타야 한다. 김인기 국립부산검역소 소장은 "파도가 올라올 때 재빨리 계단을 올라야 한다"며 "줄사다리에서 떨어지면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가 사망할 수 있다. 시체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24시간 검역체계로 노동 강도도 높다. 김 소장은 "부산에선 검역관 51명이 2인 1조로 일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며 "주말, 야근, 비번, 비번 등 총 4교대로 일하고 있지만 검역 대상이 많을 때 국립김해검역소에서 인력을 지원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콜레라, 페스트, 황열, 동물인플루엔자인체감염증, 메르스, 폴리오, 에볼라바이러스 등 해외에서 발생 중인 검역 감염병 7종이 발생한 국가 66개국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했다. 오염지역 선박은 티나 4호처럼 승선검역 대상이다. 비오염지역 선박은 전자검역을 받는다. 선장이 검역 장소에 도착하기 전 전자 신청서를 내면 검역소가 선박적재화물, 위생증명서, 소독 이력, 사망자 유무 등을 확인한 후 전자검역증을 교부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검역 장소에 도착하는 즉시 승선검역을 받아야 한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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