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 못하는 스쿨존" '민식이법' 통과 될까
시민들, 故 김민식 군 사연에 분통
'민식이법' 공론화…상임위 통과
[아시아경제 허미담·김수완 인턴기자] "민식 군 사연을 처음 알게 된 날 새벽 3시까지 울었어요"
8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A(44) 씨는 故 김민식 군의 사연을 듣고 남의 일이 아니기에 더 무섭게 다가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가 8살인데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운전하는 분들이 요즘 들어 겁 없이 속력을 올려 막 운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경우에 처벌을 강력히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벌금으로 될 일은 아니다. 돈으로 사람 인생을 살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학교 근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니까 믿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9살이던 김민식 군은 지난 9월11일 충청남도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후 스쿨존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당시 국회가 법안 발의를 했지만 3개월 째 계류 중인 상태로 다음달 10일 종료되는 정기일정을 감안하면 '민식이법'은 사실상 폐기될 상황에 처했었다.
그러나 故 김민식 군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이 관련 법안 강화를 촉구하면서 문제는 공론화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21일 관련 법안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故 김민식 군의 사연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경찰청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스쿨존에서 1489명의 어린이가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254건의 교통사고로 4명의 사망자와 26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144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목숨을 잃고 1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435건 발생했으며, 이 중 3명의 사망자와 47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도 무섭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스쿨존 관련법이 있음에도 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것에 분노하며 '민식이법'의 입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지켜야 할 속도는 시속 30km다. 승용차의 경우 20~40km/h 이하 속도위반인 경우 범칙금 9만원과 벌점 30점이며 40~60km/h 위반은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60점, 60km/h 이상 위반은 범칙금 15만원과 벌점 120점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중반 B 씨는 '민식이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진입 금지 표지판을 학교 앞에 세워놔도 차가 다른 방향에서 유입된다. 그런 것까지는 학교에서도 통제할 수 없으니까 구청 같은 곳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벌금이라도 크게 부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스스로가 아이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법을 믿을 수 없다"며 "우리가 이 동네에 살지 않지만, 학교 앞까지 매일 아이 아빠와 제가 아이를 데려다준다. 집으로 갈 때도 우리가 아이를 태우러 온다"고 말했다.
8살 아이를 키우는 C(37) 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는 "스쿨존 주변에 차량이 많기 때문에 아이가 위험하다고 생각돼서 매일 함께 등교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쿨존에서는 아예 차량을 전면 통제해야 할 것 같다"며 "스쿨존 앞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기에 전면 통제를 하는 게 예방 차원에서 확실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진다고 해도 전면 통제는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경우, 스쿨존 관련 법안이 굉장히 강화돼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가 법안을 만들어도 그 효과는 미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학교를 중심으로 500미터가 스쿨존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 스쿨존 내에서는 시속 20마일(약 32km)로 속도가 제한된다.
특히 스쿨버스는 버스 자체가 스쿨존과 같은 효력을 발휘해 어린이들을 승·하차시킬 시 뒤따라오는 차량들은 무조건 정차해야 한다.
또 편도 2차선 내의 도로의 경우에는 반대편 차선의 차들도 멈춰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추월하다 경찰 적발시 최대 2,500달러(한화 약 3백만원)에 벌금에 처한다.
독일은 스쿨존의 경우도 대부분 시속 30km 이하로 속도가 제한되며 일부 지역은 시속 10km의 제한속도를 둔다. 일본의 경우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를 스쿨존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제한속도는 시속 30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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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라면서 "이런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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