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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1년, 900명은 아직도 재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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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이어 대법원 결정에도 검찰 기계적 항소
게임이력 보며 폭력성 입증 등 기소 기준 모호
대체복무 등 대안 마련 안돼… 예산통과 미지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1년, 900명은 아직도 재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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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이기민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오늘(11월1일) 전합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해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 등 대안 없이 종교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이라고 결론내린 것과 같은 취지로 판단한 셈이다. 헌재 결정에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자, 재판이 진행 중인 수백 건의 사건에도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싹 텄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변화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관련 사건 재판도 전혀 줄지 않았다. 현재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9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사례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무죄판결 이후에도 재판이 줄지 않는 것은 검찰의 기계적 상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제주지법에서는 제주지역 여호와의 증인 신도 8명이 항소심 재판을 받았다.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뤄진 재판이다. 이들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결정하면서 재판은 계속 진행되게 됐다.


이런 형상은 검찰의 기소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ㆍ윤리ㆍ도덕ㆍ철학적 사유 등으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을 직접ㆍ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피의자가 진정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것인지, 단순히 병역 회피를 위해 그렇게 꾸며 대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결국 기계적 항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폭력성을 입증한다는 명목으로 FPS(1인칭 총격게임)를 해본 이력을 살펴본다든지, 강도가 들어와 나를 위협하는 데 총이 있다면 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보는 등의 방법으로 그 진정성을 살펴보려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법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 대검 관계자는 "기소 기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사람의 양심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데다, 무죄를 받은 사람 가운데 폭력성이 짙은 게임을 즐기거나 입영 직전 개종한 남성들도 있어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복무 등 현실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6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내년부터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제가 첫 시행된다. 당시 헌재는 올해 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입법에 대비해 대체복무자 숙소 등 계획을 마련해 요청한 내년 예산 259억원도 통과될 지 미지수다. 대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해를 넘길 경우,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병역 거부자가 대체복무 없이 면제를 받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검찰 측이 제기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 병역법으로는 대체복무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국방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므로 병역 판정에 차질이 없도록 조속한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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