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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합동 점검 떴다… 블라인드 치고 야유회 가는 강남 부동산(종합)

최종수정 2019.10.14 16:41 기사입력 2019.10.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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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합동현장점검 전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 가보니
3.3㎡당 1억 육박한 반포동은 집중포화 우려
대치동 은마 인근 업소는 3주간 주말 영업 중단
최근 시장 뜨거운 잠실동은 아직 여유… "다음주는 모른다"
"정책 실패 탓 시장에 돌려" 불만 토로

부동산 합동 점검 떴다… 블라인드 치고 야유회 가는 강남 부동산(종합)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이 잡듯이 뒤지는 데 몸을 사릴 수밖에 없죠."(서초구 반포동 A부동산 관계자)

"툭하면 중개사들만 겁박하는데, 이젠 이골이 났습니다."(송파구 잠실동 D부동산 관계자)


정부 및 관계기관의 합동 현장점검(14일)을 앞둔 지난 주말 서울 주요지역의 중개 시장은 싸늘했다. 집단 휴무에 돌입하거나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오를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보다는 공인중개사들과 시장만 겁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가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등 주택 시장 열기가 달아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 평소라면 주말을 맞아 몰린 상담객들을 응대하느라 활발할 시간이지만, 12일 오후 이 일대 중개업소 분위기는 한산했다. 곳곳에 불 꺼진 부동산이 눈에 띄었고 불이 켜져 있더라도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쳐놓은 곳이 많았다. 일부는 상담 고객이 돌아가자마자 바로 문을 걸어 잠갔다. 이 지역 A공인중개소 대표는 "아무래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예고한 합동 단속이 시작된 여파라는 뜻이다.


정부는 역대 가장 많은 32개 기관이 참여하는 이번 합동조사에서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와 이른바 '마ㆍ용ㆍ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서대문구 등 8개 구를 집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중에서도 정부에서 우려하던 '3.3㎡당 1억원' 사태가 현실화된 반포동은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포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예약 상담은 소화하지만 당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면서 "14일부터 문을 닫는 중개업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도 분위기는 차가웠다. 이날 은마종합상가 내 부동산 가운데 문을 연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불이 켜진 C공인중개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자리를 비웠다"며 "2ㆍ4주 토요일은 원래 집단 휴무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곳 부동산들이 셋째 주 토요일인 다음주에도 집단 야유회를 개최해, 총 3주간 주말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 둔촌동 일대 중개업소들도 합동조사 시작에 발맞춰 지난 주말 집단 야유회를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최근 집값이 뛰고 있는 강남권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거래에 대한 현장 단속에 나서자 해당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32개 기관은 지난 11일 서류점검을 마치고 14일 현장에 직접 나가 실거래 자료에 대한 고강도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12월까지 약 80일 동안 실시된다. 12일 오후 블라인드를 치고 영업을 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일대 모습. (사진=이춘희 기자)

▲정부가 최근 집값이 뛰고 있는 강남권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거래에 대한 현장 단속에 나서자 해당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32개 기관은 지난 11일 서류점검을 마치고 14일 현장에 직접 나가 실거래 자료에 대한 고강도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12월까지 약 80일 동안 실시된다. 12일 오후 블라인드를 치고 영업을 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일대 모습. (사진=이춘희 기자)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마지막 열기를 달구고 있었다. 최근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내에서도 좋은 입지의 전용면적 84㎡ 거래가가 2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이 일대 업소는 모두 활발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안에서 상담을 받는 고객도 자주 보였다. D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들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다들 굳이 닫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다음 주 현장점검이 시작되면 영업을 쉬는 곳도 꽤나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상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업소도 있었다. 대치동 E업소 대표는 “우리가 아니라 손님들 잡는 것 아니냐”며 “학교 배정 때문에 전세 문의가 많을 시기인 만큼 다음 주도 정상 영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잦은 점검에 불만을 터뜨렸다. 반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데 왜 꼬투리를 잡는지 모르겠다"면서 "들이닥치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서류를 이 잡듯이 뒤져 토씨 하나 틀린 것까지 잡아내더라"고 전했다. 잠실동 D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해에 비하면 (최근 매매 시장은) 과열 양상이랄 것도 없다"며 "정부 정책이 엇나간 결과인데 정상적 거래를 점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래 단속으로 단기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장 점검에서 '주택취득 자금조달계획서'를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당장 거래를 꺼리는 사례가 늘 수 있어 호가 변동성을 줄일 수 있겠지만, 거래 위축 등의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사로 호가가 진정되는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집값이 안정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 급상승한 곳의 거래가 위축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대한 단속으로 거래 위축 효과는 있겠지만 가격 안정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려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단기적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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