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철원 야생멧돼지서 ASF 검출 "심각한 위기…경계 강화"(종합)

11일 발견된 야생멧돼지 2개체서 바이러스 검출
접경지역 야생멧돼지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간접 전파 등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경계 강화"

경기 연천군 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사진=환경부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정부는 "ASF 대응에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야생멧돼지를 통해 ASF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가능성을 감안해 접경지역 경계를 강화 중이다.

12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에서 발견된 1개체와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에서 발견된 4개체 중 각각 1개체 총 2개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번에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는 모두 민통선 내에서 군인이 발견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했으며, 환경과학원으로 이송돼 분석됐다.

연천군에서 발견된 개체는 군인이 11일 오후 1시45분께 연천군 왕징면 강서리 하천변에서 비틀거리는 상태로 발견해 신고했으며, 연천군 및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가 출동·사살해 시료를 확보했다.

철원군에서 발견된 개체도 군인이 11일 오전 7시30분께 원남면 진현리에서 폐사체 1개체를 발견 후 추가 수색과정에서 3개체(최종 개체 발견시간 오전 10시55분)를 더 발견해 총 4개체의 폐사체가 신고됐다. 이 중 1개체는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지뢰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3개체의 시료만 확보했다.

환경부는 ASF 바이러스 검출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연천군, 철원군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른 조치를 요청했다.

ASF 검출 야생멧돼지 폐사체 발견 위치(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일대)/사진=환경부

국방부에는 발견지점에 대한 군병력의 접근을 금하고, 추가적인 폐사체 수색과 발견 시 즉시 신고하도록 요청했다. 연천군과 철원군에는 발견지역을 중심으로 관리지역을 설정하고 출입통제와 주변지역의 방역에 철저를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환경부는 북한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대해 "우리 측 철책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비무장지대(DMZ) 내 멧돼지가 남쪽으로의 이동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른 매개체에 의한 간접 전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경지역에서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향후 접경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멧돼지 전체로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는 이번에 검출된 지역이 민통선 내로 지뢰지역이 혼재된 지역임을 감안해 국방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현장 여건에 맞는 차단시설 설치와 방역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경기 연천군 DMZ 우리측 남방한계선 전방 약 1.4㎞ 지점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국내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ASF 대응에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며 "추가적인 확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