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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고문 허위 자백" '화성 8차 사건' 범인 윤 씨, '8개 체모' 증거능력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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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당시 언론 8차 사건 윤 씨 증거능력 의구심
이춘재, 화성 8차 사건 자백 진술 논란
당시 범인 윤 씨, 재심 준비 중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증거불충분' 무죄
전문가, 재판부 자백 증거로만 유죄 선고 의심

1989년 7월 '화성 8차 사건 관련 보도' 당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언론은 범행현장서 발견된 윤 씨 체모 8개 증거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1989년 7월 '화성 8차 사건 관련 보도' 당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언론은 범행현장서 발견된 윤 씨 체모 8개 증거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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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52)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복역 후 가석방됐다.


윤 씨는 현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화성 8차 사건' 수사는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화성 8차 사건'을 보도했던 언론도 수사당국이 판단한 범행현장서 발견된 윤 씨의 '8개 체모' 증거능력 여부에 의구심을 드러냈었다.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여러 용의자를 특정 검찰에 송치했지만 번번이 자백 신빙성,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경찰은 1987년 5월 홍모(당시 4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 8건의 살인사건 중 3건에 대한 자백을 받았으나 증거불충분 자백의 신빙성이 문제가 돼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갔었다.

그런가 하면 1988년 1월에는 용의자로 연행된 명모(당시 16)군을 고문으로 숨지게 하는 일까지 있었다.


또 같은 해 5월에도 문모(당시 22)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 자백까지 받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자백의 임의성이 없고 물증이 없다'는 이류로 기각당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당국은 자백을 증거로 물증을 확보하고 범행을 재구성해가는 수사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했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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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이런 상황에서 △범행의 자백 △정황증거 △직접증거로 판단된 8개의 체모 등으로 8차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윤 씨가 범인이라는 유력한 증거 '8개 체모'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1989년 7월28일 동아일보는 '화성 8번째 살인 자백 20대 용의자' 제목의 기사에서 윤 씨가 자백했지만 범행을 입증할 물적증거가 현장서 발견된 8개의 체모밖에 없고, 이런 체모 감정 결과를 직접증거로 채택한 사례가 없어 체모의 증거능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직접증거란 주요사실의 존부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를 말한다. 범행의 정황, 용의자 자백이 있어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범행 현장서 윤 씨의 체모가 발견될 수 있어도 직접증거 영역에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향신문 역시 같은 취지의 보도를 했다. 경향신문은 '화성 용의자 범행 자백'이라는 제목에서 수사본부는 (피해자) 박양의 방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체모 8개를 수거, 국립수사과학연구소에 보내 정밀감식한 결과 다량의 티타늄(화학성분)함유, 혈액형, B형등 30여가지의 사실을 통보받아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윤 씨 범행을 입증할만한 물적증거가 현장서 발견한 8개 체모밖에 없는 데다 체모의 감정 결과를 범행의 직접증거로 채택했던 전례가 없어 윤씨가 구속된다 해도 기소까지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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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범행현장서 용의자 체모 등 용의자와 관련된 신체적, 물리적 증거가 발견되어도 이런 증거들이 범행과 명백하게 관련이 없으면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각종 정황과 증거 자백이 있어도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정도의 직접증거가 없으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판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7월 다방 여종업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던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 피고인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형사재판에서 검사의 증명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 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헌법상이 원칙이다"고 밝혔다.


이어 "간접사실에 의한 유죄의 인정 역시 여러 간접증거가 직접증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살펴봐도 피고인은 강도살인의 범행을 저지른 바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그에 대한 직접증거나 버금가는 간접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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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경찰이 고문을 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항소했지만 기각 당했다.


윤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며 "1심 재판부는 다른 증거도 없이 신빙성이 없는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급심 재판부는 "고문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윤씨의 항소를 기각,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했고, 윤 씨는 무기수로 복역하다 20년 만에 가석방됐다.


윤 씨는 옥살이하면서도 지속해서 자신은 8차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3년 수감생활하던 중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8차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게 아니다. 살인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 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 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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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윤 씨는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씨의 자백 신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1심. 경찰의 수사 과정서 고문이나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검찰 단계에서는 자백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까지 자백을 한 거. 이것에 굉장히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에 자백 내용이 담긴 조서가 사건의 정보, 객관적인 정보와 많이 일치한다는 내용을 항소심에서 판결했다. 그런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 자백이 얼마든지 고문 과정에서 사건에 맞게끔 꾸며졌을 수 있다는 건 지금 여러 재심 사건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선 변호인이 관여된 것 같다. 이 판결문에 보면 1, 2심 다 국선 변호인이었다. 3심에는 국산이 사실 명확히 표현이 안 돼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조력을 못 받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백한 게 아닌가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2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무죄를 주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이걸 배척했는데 배척한 이유를 보면 이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우선시하진 않은 것 같다. 일단 자백 내용이 구체적이다, 라는 걸 가장 의미 있게 받아보고 있다"면서 "자백을 했다 하더라도 다른 중요한 증거가 객관적인 증거고 과학적인 증거라면 그걸 의미 있게 판결문에 담는데 판결문에 그걸 의미 있게 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최근에 여러 전문가 얘기에 의하면 방사선 동위원소 이런 감정 결과라는 것이 어떤 범인을 좁혀갈 수 있지만 특징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고 그 혈액형 감정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는 얼마든지 나오고 있다"면서 "과학적인 증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고 자백이 의미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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