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정치적 행사 병행 안하는 북한
회의 종료된만큼 북·미대화 재개 기대감
최선희·김명길 협상 라인업도 이미 구성
협상의제는 '안전보장'으로 바꿔서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중앙TV는 이날 총 25장의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중앙TV는 이날 총 25장의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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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 속에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내외적 권능을 강화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 6.30 판문점 북·미 회동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주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대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약속대로 한미훈련이 끝났지만, 북한은 오히려 미사일을 또 쏘아올리는가하면 대미 비난메시지를 내는 등 협상은 여전히 공회전 상태다.

여기에는 북한 체제의 정치적 특성이 다소 반영돼 있었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병행해서 치른 전례가 없다"고 했다. 체제의 명운이 걸린 북·미협상과 최고인민회의라는 국내 최대 정치행사를 동시에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29일 최고인민회의가 마무리된만큼, 이제 곧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는 이외에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팀의 라인업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미 협상의 관할권을, 2월 하노이 북·미회담까지 대남·대미 협상을 총괄하던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겼다. 협상 관련 메시지는 모두 외무성에서 나오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4월 '제1부상'으로 승진했고, 협상팀도 그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직에 선출되고 현재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너로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북한대사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인적 구성이 사실상 완료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아울러 비건 대표의 '차출설'로 인한 북측의 불확실성도 제거됐다. 최근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비건 대표가 러시아 대사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이 계속됐다. 비건 대표가 만약 자리를 옮길 경우, 한미 북핵라인이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데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북한은 당분간 정세를 관망하며 협상에 더욱 소극적으로 나서는 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 20여분의 회담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밝힌 것은 '북핵 문제 집중'이었다.


그는 "일단 먼저, 제가 러시아 대사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을 불식시키고 싶다"면서 "저는 북한 문제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가 비핵화 협상의 오랜 공회전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그 직을 내려 놓고 싶다는 의사를 측근들에게 밝혀왔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비건 대표는 오히려 북핵 문제 진전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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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의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제재완화 카드를 '체제보장, 안전보장'으로 바꾸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더이상 집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한 흐름은 북한 매체들을 통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제재는 우리에게 절대로 통할 수 없다'의 논평을 통해 제재 무용론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또한 이날 '체제 보장'이 북한의 새로운 요구임을 시사했다. 신문은 "미국의 협상팀이 조미(북·미) 쌍방의 안보 현안을 다루어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준비를 해야 판문점에서 합의된 조미 실무협상은 개최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안보우려에 대한 해법이 준비돼야 북·미대화도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부적 숙제가 해결되고 협상라인업과 주요의제도 설정됐지만, 북한이 언제 협상장의 문을 두드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기에는 외무성이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으로 북·미협상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직전 협상을 전담했던 통전부가 협상 실패의 책임으로 무참히 숙청당하는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외무성의 전통적인 '거친 태도'와 맞물려 협상장의 문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국제무대에서 흔히 인식되는 '외교관'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달리, 북한 외무성은 북한내 그 어느 조직보다도 터프한 조직으로 평가된다. 지난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향해 '독초'라고 독설을 날린 것도 리용호 외무상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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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가 마냥 늦어지게 되면, 모처럼 찾아온 북핵 문제 해결 '기회의 창'이 끝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미가 만들어낼 수 있는 합의의 시간적 마지노선은 11월"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대선 캠페인 기간 1년과 그 이후 정부 초기 6개월은 사실상 북·미 채널이 중단돼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길게는 2년, 적어도 1년 반 동안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도 인내심을 발휘하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태도가 언제까지고 이어질 수는 없다. 미국 조야에는 여전히 대북 강경파가 여론의 우세를 점하고 있으며, 북한의 거친 태도와 도발이 지속될 경우 미국내 협상파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즉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태도·협상안의 변화 못지 않게,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변화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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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9월 유엔 총회가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리용호 외무상이 불참한다는 소식도 있긴 하지만, 반드시 북·미 장관급 협의가 아니더라도 북·미간 접촉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국제외교가에서, 서로 만나기 힘들거나 찾아가기 힘든 나라들 간에는, 유엔 총회와 같은 '다자회의'에서 상당한 교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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