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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핫플' 도산공원의 화려한 부활…로드숍 자영업자는 쓴웃음만

최종수정 2019.05.31 10:30 기사입력 2019.05.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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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뜨는 SNS 패션 핫플레이스…유동인구도 증가
소외된 주변 영세 옷가게…매출도 5개월째 내리막길
"불경기·온라인 중심 쇼핑 패턴의 변화" 씁쓸한 자가진단도

과거 의류 매장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산공원 인근 로데오 거리 일대 상가 1층 공실 창문에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져 있다. 사진=차민영 기자

과거 의류 매장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산공원 인근 로데오 거리 일대 상가 1층 공실 창문에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져 있다. 사진=차민영 기자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이 곳 상권이 살아났다고요? 지난해엔 조금 나아지는 것 같더니 올해 들어 다시 옷 보러 오는 손님이 없어졌어요. 주변에 대기업 패션브랜드들과 유명 맛집들이 들어와서 유동인구는 많아졌지만 영세 브랜드들은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도산공원 인근 골목에서 3년째 옷 장사를 하고 있는 50대 남성 한상길(51ㆍ가명)씨는 여성 직원과 둘이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작년은 주변 식당들이 잘 되면서 웨이팅 손님들이 종종 옷 가게를 들리기도 했는데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쇼핑 트렌드가 바뀐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도산공원 일대가 대형 패션 기업들의 러브콜로 일명 '핫플레이스'로 부상했지만 인근 패션 자영업자들은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 뚜렷한 스트릿 브랜드들과 수입 편집숍들도 계속 유입되면서 거리가 나날이 활기를 띄는 반면 로드숍들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손님들로 인해 매출도 크게 꺾인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방문한 도산공원 일대는 유명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들마다 젊은 고객들로 붐볐다. 평일 낮 오후 2시임에도 유동인구가 적지 않았다.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가 이달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1층 커피 매장은 15석 남짓한 내부가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주변 골목에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관광객 일행이 주변 건물과 카페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산공원 주변에는 준지 외에도 연초 이후 패션 기업 2곳이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오픈했다. 친환경 브랜드 나우하우스와 영 모피 브랜드 잘루즈가 지난 1월 자리를 잡았다. 수입 전문 편집숍 아데쿠베, 고급 의류 브랜드 더캐시미어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스트릿 컬쳐 감성의 스투시 매장과 편집숍 가시나, 앤더슨벨의 국내 유일 단독 매장도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고급 식당과 카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유명해진 도산공원 일대가 이제는 새로운 패션 성지로 떠오르는 추세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도산공원 주변 골목 곳곳이 행인들로 가득하다.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도 일부 눈에 띈다. 사진=차민영 기자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도산공원 주변 골목 곳곳이 행인들로 가득하다.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도 일부 눈에 띈다. 사진=차민영 기자


이처럼 신규 업체들의 활황으로 주변 유동인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바로 인근인 로데오 거리 옷 가게들은 대부분 썰렁했다. 길가 중앙에 위치한 의류 매장 주인인 30대 여성 김지은(가명)씨는 "5년 전부터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보시다시피 사람이 없다"며 "주변 상황이 나아졌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상권정보시스템 따르면 도산공원 일대를 둘러싼 로데오 거리 전체 상권의 의류ㆍ의복 업체 건당 매출액은 2월 말 7241만원에 불과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집계서 제외됐다. 업체 매출액은 작년 9월 말(8795만원) 대비 17%나 줄어든 규모로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의류업체라면 통상 겨울 초기인 11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정점을 찍는게 일반적"이라며 "줄곧 내린다는 것은 침체 국면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옷 가게 개설 수요도 확 줄었다. 해당 상권 내 의류ㆍ의복 업체 수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 말까지 반년 동안 기존 104곳에서 203곳으로 두 배나 증가했지만 올해 1~4월에는 2곳 늘어나는데 그쳤다. 급격했던 증가율이 현저히 둔화된 셈이다. 인근 A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경기가 어려우니까 여기도 (가게가) 새롭게 늘지 않는 것 아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임대료가 추가로 낮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2017년부터 압구정로데오 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가 개설돼 이미 임대료가 조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업형 빵집이나 신규 대형 업체들의 임대 수요가 늘면서 공실도 줄었다. 실제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 옆 3층 건물은 미국 대형 베이커리 한 곳이 전부 임대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인근 명품시계 수리 전문점 주인은 "임대료가 예전에 비해 한참 낮아졌다고 해도 매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 곳 주변 자영업자들은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상권이 살아나는 것과 별개로 자영업자라면 본인 매장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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