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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문학 정전, 북한이라는 국가의 이야기

최종수정 2019.05.31 09:32 기사입력 2019.05.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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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임하 교수

유임하 교수

남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불가역적인' 화해는 가능한가. 그것이 쉬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문학과 예술의 차원에서도 남북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활자와 독음으로서가 아니라 사고의 반영, 그 근본으로서의 언어의 유리다. 북한 문학 연구의 권위자인 유임하 한국체육대학교 교양과정부 교수(57)는 북한의 문학 정전을 근본적으로 '북한이라는 국가의 이야기'라고 규정한다. 북한 사회의 정체성과 대내외적 관심사의 표현이며 그 태도라는 것이다. 그는 31일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이 통일연구원, 북한대학원대학교와 함께 여는 '한반도 평화 체제 전망과 북한 문화예술 연구의 과제' 학술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한다. 제목은 '북한 문화 정전을 어떻게 읽고 수용할 것인가'다. 다음은 유 교수의 발표문 요약이다. <편집자 주>


미국의 대북 강경론자들에게 북한은 인민을 통제, 관리하는 현대판 왕조 국가에 불과하다. 북한의 역사성과 현재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고려된 바가 별로 없다. 이들에게는 '핵무력'이 경제 제재를 포함한 제반 압박 수단으로 북한의 포기를 얻어낼 수 있는 옵션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식 사고와 시선을 빌려 한반도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도 북한은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 부분적으로나마 '국가'로 인정된 것은 지난해 판문점회담과 북ㆍ미 회담 이후다. 동서 냉전 구도 해체 이후에도 지속된 남북, 북ㆍ미의 대치 국면에서는 북한 사회의 대내외적 조건과 특유의 국가 정체성을 구축한 역사성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한국 사회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관심사로 확산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전복적 사유가 절실하다.


문학에서도 북한 문학에 대한 관점과 이해는 앞서 언급한 현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북한을 방문한 문인들은 현실을 접한 뒤 오히려 반북주의자로 전신한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필자는 북한 문학에 대한 관심을 광복 직후부터 1967년 이전으로 한정했다. 북한 문학의 성격을 근대문학의 전통 속에서만 재배치하려는 예단 속에 1967년 이전의 북한 문학만을 논의하려는 편의적인 태도였다. 이 글은 이 같은 편의적 태도를 벗어나겠다는 반성과 관련된다. 반성을 예각화해, 방대한 장편소설을 북한의 대표적인 문화 정전으로 읽고 어떻게 그 위상과 성격을 이해하며 수용할 것인가를 사유하려는 것이다. 이 문제야말로 남북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문학적 교류의 기저를 이룬다고 판단한다.


[Encounter]문학 정전, 북한이라는 국가의 이야기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된 2012년, 정기종의 장편소설 '운명'이 발표됐다. 이 작품의 배경은 매우 넓은 시간대에 걸쳐 있다. 광복 직전인 1945년 8월10일 북만 전역에 걸쳐 대일 작전을 감행한 소련 원동군 부대의 진격과 함께 패퇴하는 일본군의 면모를 '머리 이야기'로 삼았다. '맺는 이야기'는 1969년 4월15일 동해상에서 조선인민군 공군 미그기의 공격을 받아 격추된 EC-121 어닝 스타 조기경보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운명'의 서사 대부분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판단과 높은 지도력, 인간애 등으로 귀결된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천명하는 김정은 시대의 삼대 세습을 정당화한다. 북한의 정전에는 과거의 위업들을 현재화하고, 현안과 결부해 북한 사회의 결의와 정치적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의도와 맥락이 담겨 있다.


심미적 가치와 이념으로 정립된 서구 근대문학의 이론으로 보면, 총서가 지니는 북한 당대 문학으로서의 면모나 현실과의 연관에서 펼쳐지는 사회와 정치ㆍ경제 및 문화적 현상들을 논의하는 일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총서를 문학의 심미적 가치나 서사문법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러한 사회ㆍ정치적 배경에서 연유한다. 총서의 기획과 창작, 검열과 간행으로 이어지는 모든 프로세스는 국가 이데올로기 장치의 주관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총서나 정전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면 북한 사회의 여러 조건과 연계된 문학예술의 제도적 차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정치, 사회, 문학예술 영역에서의 비중과 문화 정전으로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총서의 이 같은 실체와 지향은 바꿔 말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관문(포털)으로서 시대와 정세 변화에 따른 당 정책의 기조, 지도자의 판단과 대처, 국내외적으로 변화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북한 사회 내부의 정체성과 집단심성을 심화시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총서 역시 문학 또는 문화 정전으로서 역사적 전개와 무관하거나 독립적인 지위를 주장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총서의 문화 정전으로서의 면모를 해명하는 데 다소 유용하다. 오늘날 '수령형상문학'으로 명명된 북한의 총서 관련 문학은 그 종류나 계보만 해도 쉽사리 일별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성과를 산출해왔다. 여기에는 물론 당 문학으로서의 이념과 성격, 당대적 요구에 대한 국가이성의 관여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Encounter]문학 정전, 북한이라는 국가의 이야기

북한의 문화 정전은 방대한 국가 서사다. 이 서사는 당의 고증을 거쳐 공식화한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 인물을 가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입각한 정치신학의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통치의 서사를 형성한다. 통치 서사에서 부각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을 촉발하는 교시와 '청산리 지도'와 같은 수많은 현지 지도와 지침이라는 공리들이다. 총서의 서사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교시와 현지 지도와 지침은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신성한 규율이라는 점에서 '공리의 서사가 지배하는 세계' '대중 지지를 통한 동원 체제'가 북한 사회임을 일러준다.


총서문학 속 수령 형상의 효용이 통치 서사로 기능하는 현상에서 우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총서의 통치 서사가 지속적으로 간행, 유통되는 과정의 지속 상태는 북한 사회가 대중 지지를 통한 대중 동원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는 단서를 제공해준다. 김일성, 김정일의 통치 서사가 여전히 창작, 유통되고 있기에 총서문학은 '역사의 기념비적 효용'을 지속할 것이다. 총서는 단순히 사회적 공리로서 인민 교양의 수단일 뿐만이 아니라 지도자의 통치 교본으로 기능하며 지도자의 고유한 형상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기제이기도 하다.


유임하 한국체육대학교 교양과정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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